[앵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군의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를 재검증한 보고서가 오늘 발표됩니다.
'한국과의 조율'이라는 표현을 놓고 일본 측이 어떤 식의 해석을 내놓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의 향방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 연결합니다. 최명신 특파원!
오늘 언제 결과 발표가 있습니까?
[기자]
정확한 시각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오늘 오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 부장관이 오늘 오후 국회에 검증팀의 검증 결과를 전달하는 대로 검증팀도 기자회견을 열어 내용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법률가와 언론인 등 5명으로 구성된 검증팀은 지난 2월부터 검증작업을 벌여왔습니다.
보고서에는 고노담화 작성 과정에서 당시 일본 정부가 '한국 측과의 조율'을 통해 문안을 조정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됩니다.
문제는 이 '한국 측과의 조율'이라는 표현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고서에 '한일 양국간에 담화 문구와 관련한 협의가 있었지만 최종 문안은 일본 정부가 결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담화 발표에 앞서 한국 측 인사의 의견을 들은 것은 있겠지만 이를 한국 정부와 공식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반영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몇몇 일본 언론에 보도됐던 것처럼 고노담화가 양국 정부 간의 협의를 거쳐 조율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식의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에 대해 극우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고노담화가 양측 간의 조율을 거쳐 작성된 만큼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게 아니라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또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한 한국 측의 대응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의미 등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해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한국 정부도 처음에는 기금 설립에 찬성의 뜻을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고노담화 흠집 내기를 넘어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법적인 배상이 종료됐고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인도적인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앵커]
아베 정권이 이처럼 고노담화 흔들기에 나서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기자]
아베 총리는 흔히 뼛속까지 우익 보수라는 말을 듣습니다.
2차 대전 전범임에도 불구하고 전후 자민당을 만들고 총리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가 외할아버지입니다.
기시 전 총리는 살아생전 전쟁에 대한 사죄는커녕 평화헌법을 바꿔 군대와 교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베 총리는 외할아버지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위안부를 부정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과거사를 부끄럽지 않게 만든 다음 헌법해석을 바꿔 자랑스러운 군사대국 일본을 만들겠다는 게 아베의 지향점입니다.
거침없는 역사 왜곡 발언을 일삼는 보수 우익들은 아베의 든든한 원군입니다.
위안부나 소녀상 문제가 일본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고 일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그릇된 신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위해서는 보수 우익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또 20년에 걸친 장기불황과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주기 위해 과거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베 총리는 고노담화 재검증과 관련해 검증은 하되 수정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연 어떤 보고서를 내놓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를 검증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