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실상 디폴트를 맞은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구제금융 협상안 국민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스가 어쩌다 '부도 위기에 직면한 첫 선진국'이란 오명을 안게 됐는지, 그리스 사태의 경위와 배경을 조수현 기자가 키워드로 풀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2010년 4월,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가 처음으로 '트로이카'에 손을 벌렸습니다.
'트로이카'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 IMF로 구성된 국제 채권단을 말하는데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그리스에 2,450억 유로, 우리 돈 305조 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지원해줬습니다.
이후 채권단과 구제금융 연장 조건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온 주인공, 바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입니다.
치프라스는 5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채권단이 협상 시한 연장을 거부하자 정권을 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채권단이 연장 조건으로 내건 연금과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긴축안을 받을지 말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채권단이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격입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최근 내각 회의에서 그리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투표를 제안했고 그 제안은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국민투표 실시 발표 이후 잠시 모습을 감췄던 이 단어가 전 세계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바로 '그렉시트'인데요.
그리스, 그리고 '탈출'을 뜻하는 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합니다.
그리스 국민이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이 내놓은 구제금융안을 수용하면 급한 불을 끄게 되지만, 협상안을 거부하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렉시트'로 이어질 우려가 커집니다.
이번 국민투표는 유로화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그리스 고유 화폐 '드라크마'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로화 대신 '드라크마'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럴 경우 그리스 내부 혼란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금리가 급등하거나 대외 채무가 많은 신흥국 금융 시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그리스 밖의 상황을 고려하면 '협상안 반대'는 미래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스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요?
여러 요인이 엉켜있는 그리스 금융 위기 배경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파켈라키'입니다.
'파켈라키'는 작은 봉투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세무서나 공무원에게 건네는 뇌물을 말합니다.
이런 '돈 봉투' 행위가 만연한 그리스 정계의 부정부패가 경제 몰락을 초래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입니다.
YTN 조수현[sj10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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