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난민 위기' 그 후 3년, 그리스는?

2018.08.26 오전 09:34
[앵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예멘 난민이 급증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우리보다 앞서 지난 2015년 난민 위기를 겪은 그리스는 어떤 문제를 겪었고 또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는지, 현지에서 권은정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1년 전, 시리아에서 그리스로 건너온 모하메드 씨 가족.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왔는데요.

그리스에 오자마자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모하메드 카지롬 / 시리아 출신 난민 신청자·아테네 거주 : 캠프에서는 이 방보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일곱 가족이 함께 지냈습니다. 화장실이 방과 떨어져 있었는데, 순번을 기다리느라 9일 동안 샤워를 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캠프에서 음식을 받을 때도 2시간씩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끔은 늦었다고 음식을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난민 위기 당시, 그리스는 몰려드는 난민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요.

갈 곳 없는 난민들은 길거리에서 생활하거나 빈 건물에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사생활 침해와 각종 범죄가 잇따랐습니다.

[레오 도브스 / 유엔난민기구 공보 담당자 : 난민 인구 과밀이 가장 주요한 문제입니다. 6명 정원의 컨테이너에서 15명이 살아가고, 여성,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아이들이 성인 남성들과 한 공간에서 지내게 됩니다.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부적절하고 위험합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난민들의 거주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와 유엔난민기구가 손을 잡았습니다.

바로 빈 건물을 난민들의 보금자리로 지원하는 '에스티아(ESTIA)'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008년 경제 위기로 아테네 시에만 천 개가 넘는 빈 건물이 생겨났는데요.

이렇게 비어있던 전국의 아파트를 활용해 난민 4만여 명이 새집을 찾았습니다.

[사니 파라스케보폴로 / 아테네 개발국 프로젝트 매니저 : 시내의 사용되지 않던 아파트들은 저희가 빌림으로써 재사용되고, 난민 신청자들이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되기 때문에 마을에 생기가 돌게 됩니다.]

거주 지원을 받는 난민 신청자에게는 생활비와 통역 등 전반적인 지원까지 제공되는데요.

덕분에 난민들은 더욱 원만하게 지역사회에 녹아듭니다.

[알렉산드라 보누 / 아테네 시민 : 저희 동네에 난민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어떤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던 적은 없어요. 문제는 어떠한 문화에서도 발생하는 거니까요. 오히려 마음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새로 자신을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새 삶을 찾아 몰려드는 난민에 대한 해결책을 단계적으로 찾아가고 있는 그리스.

급증한 난민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YTN 월드 권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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