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거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반발해 한센병 환자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본 정부가 패소하자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항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가족들의 고통이 더 길어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속내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황보연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평소와 달리 비장한 표정으로 총리관저로 출근한 아베 일본 총리,
[아베 신조 / 일본 총리 : (정부가)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한센병 환자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일본 정부가 패소했지만 "항소하지 않겠다" 즉 판결대로 따르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구마모토 지방법원은 한센병 환자 가족 560여 명이 과거 일본 정부가 모든 환자와 가족을 강제로 격리하는 정책을 펴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판결 뒤 11일 만에 이례적으로 직접 나선 아베 총리는 '가족들의 고통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베 신조 / 일본 총리 : 말로 다할 수 없는 경험을 한 한센병 가족들의 고통을 더는 연장할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최종심까지 끌고 갈 것으로 예상했던 한센병 가족들은 깜짝 놀랐고, 일본 언론은 통 큰 결단이라며 아베 총리를 추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의 깜짝 발표라 선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기우다 코이치, 일본 자민당 간사장대행 : (선거 기간이라는 점이 이번 판단에 영향을 준 건 아닌가요?)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뇌에 찬 모습으로 자국민의 고통을 보듬는 아베 총리의 모습은 한국에는 더없이 강경한 최근 상황에서 한껏 도드라져 보입니다.
아베 총리는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에 대해서는 가족은 물론 당사자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엔 1심이 아닌 우리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걸고넘어지며 사실상의 경제 보복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아베 신조 / 일본 총리 : 상대 국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는 지금까지의 우대 조치는 취할 수 없습니다.]
내 국민은 끔찍이 챙기면서 국제사회도 인정하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 피해자에게는 보복으로 화답하는 아베 총리의 태도,
오는 21일 국회의원 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에서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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