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계NOW] “터키는 왜 국경을 열었나, 에르도안의 속내는”

2020.03.06 오후 12:37
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20년 3월 6일 금요일
□ 출연자 :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여파에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최근, 유럽에서는 난민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던 터키가 갑작스럽게 국경 개방을 통보한 건데요. 당장 그리스에서 무력충돌까지 일어났고요.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입니다. 터키가 갑작스럽게 국경을 개방한 이유는 뭘까요. 터키 전문가시죠.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 이희수 교수 전화로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이하 이희수): 안녕하세요.

◇ 전진영: 터키가 지난달 말에 이런 발표를 한 겁니다. 더 이상 터키가 유럽으로 넘어가려는 난민을 붙잡지 않고 국경을 열겠다, 이렇게 선언을 한 건데요. 당시에 터키가 했던 발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 이희수: 현재 터키는 시리아 북부도시와 치열한 전투 중입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터키군 약 36명이 사망하고, 거기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의 보복공격이 이어지면서 약 95명의 추가 시리아 난민이 터키 국경에 운집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400만 난민을 보유하고 있는 터키가 더 이상 이것을 감당할 수 없어서 유럽으로 향하는 자국 내 난민들을 막지 않겠다고 하는 선언을 한 겁니다. 그러자 갑자기 터키에 있던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와 그리스 국경 쪽에 수만 명이 모여들면서, 또 유럽 진입을 시도하면서 유럽이 초비상상태에 들어간 것이 최근의 상황입니다.

◇ 전진영: 이 발표가 나자마자 당장 그리스 쪽에서 문제가 터졌는데, 그리스가 터키랑 거의 가장 가까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니까요. 말씀해주신 대로 난민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지금 혼란이 되게 크게 벌어진 거죠?

◆ 이희수: 그렇습니다. 23분에서 1시간 반 거리에 국경이 있고요. 지금 터키 정부는 오히려 버스까지 대절해서 국경 이동에 대한 난민의 편의를 제공해주면서까지 난민을 약간 부추기는 측면이 있고요. 현재 양쪽 국경의 경계지점에 수만 명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고, 그리스 당국이 최루 가스총을 발사하면서 약 4~500명의 부상자가 났다고 하는 보도가 있는데 결사저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지금은 추운 곳에서, 지금 겨울이지 않습니까? 야영하면서 필사적인 진입을 시도하고, 또 육로뿐만 아니라 바다로도 레스보스섬이 보이는데, 거기가 바로 그리스 땅입니다. 거기서 육로와 바닷길, 양쪽으로 지금 유럽 땅에 도착만 하면 되니까 결사적인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 전진영: 그래서 그 난민들의 행렬 영상을 저도 뉴스를 통해 봤는데, 도대체 지금까지 터키가 얼마나 많은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었던 건가요?

◆ 이희수: 지금 터키 정부의 공식 발표로는 366만 명인데요. 실제로 터키에 가보면 한 400만 명 내지, 450만 명 정도가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죠. 대부분 시리아 내전을 피해온 사람들이고, 바로 시리아 북쪽 국경이 터키가 있고, 남쪽이 요르단이기 때문에 남북 국경 쪽 나라에 많이 거주하게 되는 거죠.

◇ 전진영: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난민들이 터키에 수용됐던 이유는 뭔가요?

◆ 이희수: 아시다시피 시리아는 2011년 아랍 민주화 이후에 2015년부터 시리아 반군과 또 러시아가 지원하는 아사드 정부군, 그리고 IS까지 가담하면서 대내전이 시작됐습니다. 그때 시리아 인구가 2000만 명 정도 되는데, 13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아마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최대 참극이 발생하게 되죠. 그래서 바로 북쪽 국경에 있는 터키로 대거 유입하게 되는데요. 바로 터키가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이기 때문이고, 또 터키 정부가 당시 인도적으로 난민들을 대거 수용해주었기 때문에 400만 명 정도가 있고요. 그 과정에서 한 120만 명 정도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하니까 당시 유럽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유럽연합과 터키가 합의해서 더 이상 난민을 보내지 않기로 합의했던 거죠. 아무래도 이슬람이고, 아랍인이니까 종교적, 문화적, 이런 차이가 굉장히 골칫거리였겠죠.

◇ 전진영: 그 말씀해주신 합의가 바로 EU랑 터키 간에 체결됐던 난민송환협정이죠?

◆ 이희수: 그렇습니다. 2016년 3월인데요. 무작정 유입되니까 터키가 난민의 유럽행을 차단해놓은 대가로 터키에 모두 60억 유로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그러나 그 당시 터키는 EU 가입협상 중이었기 때문에 터키 입장에서는 이 기회에 EU 가입을 염두에 두고 협상이 성사되었고, 지금까지도 사실은 잘 유지되어 왔던 편입니다.

◇ 전진영: 돈도 받고, 그리고 터키의 입장에서는 계속 어찌 되었건 EU 가입을 원했던 상황이니까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그 협상을 받아들였던 건데, 터키가 그러면 이번에 국경을 개방한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어찌 되었던 협정을 잘 지켜왔는데요.

◆ 이희수: 터키가 시리아와 전쟁 중이고, 지금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난민을 추가 수용하기에는 한계 상황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난민협정의 완전 폐기보다는 난민수용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유럽을 향해서 더 이상 우리만 책임질 수 없다고 하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인 것이라고 봅니다.

◇ 전진영: 우리도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이런 시그널을 보내는 것 말고도 국경을 개방한 데 있어서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이유는 없을까요?

◆ 이희수: 지금 국내 정치적인 요소가 매우 큰데요. 작년 지방선거 때 지금 정부가 이스탄불, 앙카라, 이스미르, 3대 도시 시장 선거를 모두 야당에게 내주고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리아 전쟁 피로도가 누적되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터키 경제가 곤두박질 치고 있고요. 그리고 추가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이 아주 나쁩니다. 그래서 그 책임을 유럽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국내 정치적 목표가 있을 것 같고요. 둘째는 지금 지원금이 거의 바닥났습니다. 난민 문제를 터키에게 맡기고 방치하는 유럽에 대한 불만 표출이 상당하고요. 지금까지 터키가 난민을 위해서 지불했던 돈이 3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4조니까 기하학적인 돈을 지금 쏟아 붓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시리아 전쟁으로 전쟁비용이 급증하니까 시리아 내전에 대한 유럽의 관심과 개입을 촉구하는 측면도 있고요. 왜냐하면 터키는 유럽과 함께 NATO 맹방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할 때는 NATO가 자동 개입하게 되어 있는데, 지금 NATO가 굉장히 어정쩡한 입장이니까 이런 군사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그리고 또 시리아에서의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간의 갈등,이런 부분도 사실 터키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될 것 같거든요.

◆ 이희수: 그렇습니다. 터키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던 것이 가장 잘못된 외교 실책이라고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하는데요. 왜냐하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은 무너뜨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뒤에 막강한 러시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터키가 시리아와 전쟁을 해도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다만 시리아 북부에 있는 안전지대를 마련해서 터키가 안고 있는 400만 명의 난민 중 100만 명을 시리아 안전지대로 보내면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겠다, 국제사회가 지지하고, 유럽이 개입해 달라, 이것이 핵심적인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 안전지대를 만들겠다고 지금 말을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유럽이 반응이 냉담하다고 해야 할까요?

◆ 이희수: 어쨌거나 터키가 지금 시리아 국경을 넘어서 시리아를 공격하는 상황, 이거는 주권국가가 또 다른 주권국가를 침략하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NATO 맹방이라고 해도 EU가 공개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유럽이 관심을 쓰는 것은 전쟁으로 생긴 난민들이 더 이상 유럽으로 올까 봐 여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고요. 60억 유로도 사실은 그동안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전진영: 네, 알겠습니다. 앞서 교수님께서 인터뷰 초반부에 이들립 지역 쪽에 전쟁 중이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어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랑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지역 전쟁 휴전에 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들어오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합의를 했다고 하면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난민문제를 풀어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희수: 난민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거기 상황은 이미 초토화돼서 사람이 살수 없는 지역이 되어버렸습니다. 휴전이라는 것은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터키군이 전사하고, 거기에 대한 보복공격이 일어나니까 이미 한 피해규모만 커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이런 무모한 보복공격은 자제하자, 휴전 상태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건데요. 지금까지도 수없이 휴전이 이루어졌고, 그것이 또 깨지면서 반복해왔기 때문에 그 유효성은 가변적입니다.

◇ 전진영: 그리고 앞서 말씀해주신 대로 EU에서 협정을 통해서 터키에 지원금을 지원해준다고 했습니다만, 비용 자체도 굉장히 부족하고, 그리고 이 비용이 터키 정부가 돈을 직접 받아서 쓰는 형태가 아니라 지원 프로젝트를 통한 지원이라고 하던데요. 이 지원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요?

◆ 이희수: 텐트를 지으면 텐트를 주고, 의료를 하면 의료용 약품을 보내주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터키 정부가 그 예산을 자율적으로 쓸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게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 문제는 60억 유로를 약속했지만 그 금액이 모두 지원되지 않았고요. 지금 터키 정부의 계산에 의하면 400만 난민들에게 1인당 매달 31유로, 약 2만 5000원씩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 돈이요. 그런데 유럽 난민들은 실제로 1인당 1500유로씩 지원을 하고 있거든요. 한 200만 정도를 지불하는데, 그래서 유럽이 터키 난민에 대한 지원을 이런 상태로는 계속할 수 없다, 반드시 유럽이 난민을 더 받든지, 돈을 조금 더 내놓아라, 이렇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 전진영: 그래서 터키 정부가 그런 부분에서도 불만을 품고 있는 상황인 거고요. 지금 상황에 대해서 터키 고위급 인사들, 그리고 유럽연합의 집행부가 어느 정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기는 하죠?

◆ 이희수: 지금 비상논의가 계속되고 있고요. 3월 3일 날 유럽의회, 또 외무장관 회담이 이 문제에 개입하기도 했고, 3월 4일에는 내무장관 전체 회의에서 난민 문제에 유럽이 지원하겠다. 현재 그리스에 대해서 지원을 시작했고요. 곧 이어서 이 문제를 터키 정부와 협상하면서 최종적인 문제, 국경지역에 있는 난민을 도로 터키로 돌아가게 하는 문제가 지금 협상 중에 있습니다.

◇ 전진영: 유럽 난민 문제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만, 지금 터키도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식으로 국경을 개방한 상태고, 유럽도 이 상황이 굉장히 우려스러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매듭을 지을지가 굉장히 궁금한데요. 어떻게 될까요? 교수님께서는 이 지금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매듭 지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 이희수: 가장 손쉽게 예상되는 부분은 난민을 추가로 받기에는 유럽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부담액을 EU가 터키에 지원하면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아주 크고요. 또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계속되면 난민 발생요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EU가 지금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시리아 군사문제에 개입해서 미국과 EU, 터키가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는 대결구도를 강화해 달라고 하는 두 가지 측면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예상됩니다.

◇ 전진영: 그러니까 결국 터키한테 유리한 방향 쪽으로 협정이 약간 바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시는 거죠?

◆ 이희수: 그렇죠. 터키가 마지막 카드를 던졌기 때문에, 왜냐하면 국경을 푼 다음에는 400만 명이라고 하는 이 카드는 항상 유럽이 가장 두려워했던 카드를 마지막으로 쓴 겁니다. 그래서 유럽이 어떤 식으로든지 반응하지 않으면 사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원이 협상의 핵심 카드가 될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런데 사실 EU에서도 상황이 굉장히 난감한 게 영국도 지금 탈퇴를 한 상황이고, EU 내부의 재정적 부담도 굉장히 크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돈을 더 쓴다고 하는 것은 EU 입장에서도 난감할 것 같거든요?

◆ 이희수: 오늘 언론보도를 보면 지금 이미 그리스에게 몇 억 유로를 긴급 방출했거든요. 코앞에 있는 그리스는 그렇게 지원할 돈이 있으면서 터키에 있는 난민 지원은 없느냐, 이런 논리가 나오기 때문에 물론 유럽도, 터키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난민을 받느냐, 아니면 난민을 받지 않는 대가로 추가적인 경제 부담을 하느냐, 두 가지 중에 선택의 기로에 있기 때문에 큰돈은 못 내더라도 터키를 달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원액이 조정되겠죠.

◇ 전진영: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희수: 네,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 이희수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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