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위스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임을 감안해 지난 3월, 노인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노년층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정책이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스 유영미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할머니를 뵙는 데 두 달을 기다렸습니다.
요양원 입구에 설치된 작은 공간에서 투명막을 사이에 두고 만난 할머니와 손자들.
할머니를 안지도 손을 잡아 드리지도 못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쁩니다.
[미햐엘 헤세 / 손자 : 우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특수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몇 주 동안 할머니를 뵐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할머니를 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 중 대부분이 고령자임을 감안해 지난 3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요양 시설의 감염을 막기 위해 가족의 요양원 방문도 금지했습니다.
4월 말 봉쇄가 완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요양원 방문이 허용됐지만, 노인에 대한 외출 자제는 그대로입니다.
보건 장관이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면 건강한 노년층의 외출을 자유로이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말뿐인 상태.
노년층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정책이 오히려 세대 갈등만 부추긴 셈입니다.
노인들이 장을 보거나 산책을 나가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거나 심한 모욕을 받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르틴 퀜 / 스위스 취리히 : (노인들이 장 보러 가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고 하는데) 맞아, 그런 일이 있지. (할아버지도 듣거나 느끼셨어요?) 나도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걸 느꼈지.]
이렇다 보니, 나이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위험군에 넣는 것은 노인을 부당하게 소외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페터 부리 / 노인 복지 단체 언론 담당 : 스스로 책임지는 것, 즉 위생규칙과 거리 두기를 지키며 조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면,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라도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이면 정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망자 중 70%가 80세 이상이자 대부분 기저 질환이 있기 때문에, 65세 이상이어도 건강한 경우 외출해도 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노인 차별'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새로운 노인 보호책을 모색 중인 스위스.
노인들과 젊은 층이 함께 위생규칙과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모든 세대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YTN 월드 유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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