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앵커리포트] 113일 만에 모습 드러낸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2021.05.25 오후 02:29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12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는 모습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가지런히 손을 모은 채 왕이 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외무장관으로 입각한 뒤 첫 공식 일정이었는데요,

저희가 외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쿠데타 이전 마지막 영상이었습니다.

2월이 시작된 첫날,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하면서 아웅산 수치 여사는 다시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습니다.

군부가 곧바로 수치 여사를 구금하고 기소한 뒤 수치 여사의 행적은 완전히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113일이 지난 어제, 수치 여사의 모습이 다시 공개됐습니다.

사진 속의 수치 여사는 분홍색 마스크를 쓴 채 손을 앞으로 모으고 피고석에 앉아있었습니다.

군부의 철저한 통제로 수치 여사가 법정에 드나드는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사진 두 장만 현지 매체인 관영 MRTV 뉴스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다만 재판에 앞서 변호인단과의 접견이 허용되면서 수치 여사의 근황이 간접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변호인단은 수치 여사가 그동안 외부와 철저히 차단됐고, 심지어 이동 중엔 눈까지 가려졌다고 전했습니다.

피로 얼룩진 미얀마의 시위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치 여사의 첫 재판을 앞두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선 어김없이 항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선거와 민주주의, 자유를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 운동'을 벌이며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양곤은 2월 7일, 10만 명이 집결하며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곳이죠.

비록 초기보단 규모가 줄었지만, 목숨을 건 시민들의 항의는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희생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8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5천 3백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군부의 유혈 진압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난 한 달간 70명이 넘게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맞서 자체적으로 무장한 시민방위군이 저항이 거세지면서 대규모 유혈 충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피로 물든 미얀마의 봄, 하지만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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