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발표한 날 온몸을 두르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탈레반은 이전과 다른 온건 이미지를 계속 강조하는 모습인데 아프간인들은 회의적입니다.
여성들의 공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여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현지 시간 17일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의 한 여성이 몸을 다 가리는 의복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습니다.
해당 사진도 함께 실었는데 사진을 보면 남색 원피스 차림의 한 여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부모가 이 여성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탈레반의 발표가 나온 날 벌어진 일입니다.
거리는 오가는 여성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프가니스탄 거주 학생 : 이틀간 저는 카불의 거리에서 소녀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탈레반을 두려워하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주장하는 온건 통치와 여성의 취업과 교육 허용에 대해 아프간인들은 회의적입니다.
탈레반은 과거 여성의 사회 활동과 교육, 남성 보호자 동반 없는 여성의 외출을 금했고, 부르카 착용을 강요했습니다.
어기면 공개적으로 채찍질을 했습니다.
여성 교육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17살 하굣길에 탈레반의 총탄을 머리에 맞고 살아남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아프간 여성들의 안전과 달라질 생활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이미 여학생들의 퇴학과 여성 근로자의 해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 / 노벨 평화상 수상자 : 많은 여학생이 대학에서 쫓겨났고, 많은 소녀가 15살, 12살에 결혼을 강요당했습니다.]
탈레반이 여성 앵커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여준 지 몇 시간 뒤 국영 TV의 여성 앵커 카디자 아민은 탈레반이 자신을 비롯해 여성 직원들을 무기한 정직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탈레반은 한 은행에서 여직원 9명을 집으로 돌려보내는가 하면 서부 헤라트의 대학에서는 여학생 출입을 막기도 했습니다.
[파쉬타나 두라니 / 아프간 여성 교육 활동가 : 탈레반이 그토록 여성 권리에 관심이 많았다면 헤라트 여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걸 막지 않았을 테고 칸다하르 아지지 은행에서 여직원을 막지 않았겠죠. 지금 두 가지 다른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탈레반은 자신의 말을 실천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네요.]
한편 탈레반은 여성의 머리를 가리는 히잡 착용은 이슬람 경전 코란에 따른 것이며 꼭 부르카가 아니어도 된다고 밝혔는데 부르카 착용 문제로 첫 사망자가 나온 만큼 아프간 여성들의 공포는 커지고 있습니다.
YTN 이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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