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기준금리 인상폭에 영향 미칠까?...스타트업 줄도산 우려

2023.03.11 오후 02:51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업계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지난달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 1년간 미국의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에서 4.75%까지 급격히 상승한 것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은행 입장에선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기준 금리 상승으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현금화를 할 경우에도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SVB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타격이 큰 IT 분야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많았기 때문에 부실자산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이번 달 FOMC에서 또다시 급격한 인상을 선택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는 지적입니다.

자산 운용사 제프리스의 선임 금융분야 이코노미스트 아네타 마코스카는 "SVB 파산은 연준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NYT의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피터 코이는 "파월 의장과 다른 FOMC 위원들은 자신들의 통화정책이 은행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은 SVB 파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아닐 카시압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현재 대부분 은행은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연준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별 은행이 아닌 전체 은행 시스템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예금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금액이 200조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SVB의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천90억 달러(276조 원), 총예금은 1천754억 달러(232조 원)에 달합니다.

고객들이 맡긴 예금이 25만 달러(3억3천만 원)를 넘지 않으면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보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FDIC는 SVB의 예금 가운데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아직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VB는 2022년 말 FDIC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규모를 1천515억 달러(200조4천억 원)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총예금의 86%가 예금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셈입니다.

SVB는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어 이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스타트업의 자금에 해당합니다.

이에 스타트업들이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예금 규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실리콘밸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의 줄도산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25억 달러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SVB가 보유한 자산 매각을 통해서 지급되는데, 일단 SVB의 총자산은 2천90억 달러로 전체 예금 규모를 초과합니다.

SVB의 자산을 모두 매각했을 경우 예금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금액까지도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SVB가 투자해 놓은 채권 등의 가치가 떨어져 매각한다 해도 당초 투자금을 100%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제 SVB는 앞서 210억 달러 규모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매각하면서 18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SVB의 자산 매각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장 스타트업의 자금 융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 회사인 스타트업 아키타의 설립자 진 양은 "정부가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사람들도 구제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SVB에 수천만 달러, 수억 달러의 자산을 예치한 이들을 알고 있는데, 이들이 25만 달러만 받는다면 회사는 전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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