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등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우리말로 공연되는 연극은 언어나 물리적 한계로 해외 공연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이탈리아 극단이 한민족 '한'의 정서를 주제로 우리말 연극을 미국 무대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현장에 박경자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터]
무대 위에서 울분을 쏟아내는 여성,
"어쩌면 나 자신인지도 모르는 엄마, 할머니 그리고 그 여자는 셋이서 내가 추는 살풀이를 쳐다봅니다."
한민족의 정서, '한'을 주제로 할머니부터 어머니와 손녀까지 여성 3대를 표현한 무대입니다.
한국어 대사로만 이뤄진 1인 연극이 미국 시카고 극장에 올랐습니다.
[쉐런 / 미국 시카고 : 정말 놀랍습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의 열정과 연기, 또 아름다운 노래 모든 것이 정말 좋았어요.]
[이진방 / 미국 시카고 : 시카고에서 한국말로 된 공연을 본다는 게 쉽지가 않은 기회인데 이렇게 좋은 연극을 보니까 참 좋았어요.]
한국인의 정서가 주제지만, 이번 공연을 마련한 건 뜻밖에도 이탈리아의 한 극단입니다.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교류하던 이탈리아 극단에 지난 2019년부터 연극인 백현주 씨가 합류하면서 기획된 무대입니다.
주제 선정부터 대본 구성, 본 공연까지 장장 5년에 걸쳐 완성했습니다.
'한'이라는 정서가 한국인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란 점에 착안해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토마스 리처드 / 연출가 : 선택 자체에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희생이 뒤따릅니다. 그 말은 모두가 고통을 받는다는 걸 의미하죠.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 내면에서 발현된 마찰 같은 것이 있습니다. 짐 같은 것이죠. 불이자 무게예요. 이건 일종의 불이자 힘인데 그게 '한'입니다.]
[백현주 / 배우·극본 : '한국적인 거라 다른 사람 다 이해 못 해.' 이게 아니라 우리 다 모두 사람, 인간이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쩌면 다 똑같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등 한국적인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긴 했지만, 한국 문화가 담긴 연극이 눈길을 끈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번 연극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등 남미 3개국에서 성황리에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올해 미국 뉴욕에서는 중간에 공연 일정이 일주일이나 연장됐을 만큼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숙자 / 미국 시카고 : 우리 한국사람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자막을 보고 우리처럼 느끼는 게 같은 거 같아서 그게 좀 더 신기했고.]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연극으로 표현한 한국 고유의 정서도 세계인에게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이번 연극,
내년 미국 재공연을 확정한 단원들은 한국에서의 공연도 꿈꾸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YTN 월드 박경자입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