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국 문화 통제하는 북한, 디즈니 '겨울왕국'으로 학생들 영어 교육?

2023.05.11 오전 10:10
'겨울왕국' 스틸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북한의 학교에서 영어 교육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는 서방의 사상·문화 유입을 경계하고 엄격히 단속해 온 북한의 정책과 대치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학교 교육과정 변경을 독려한 뒤 평양 세고리중학교가 2013년 디즈니의 '겨울왕국'을 학생들의 영어 회화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주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세거리초급중학교 교실에서 10대 학생들이 '겨울왕국'을 한글 자막과 함께 시청하는 장면이 나왔다. 교실 칠판에는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Do you wanna build a snowman?(눈사람 만들래?)"이라는 대사가 적혀 있었다.

북한에서는 해외 영화나 방송, 음악 등을 접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국가의 승인 없이 디즈니 영화 같은 해외 콘텐츠를 시청하면 처형당하거나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제국주의자들'이 글과 음악, 일상용품 등에 사상·문화를 교묘히 숨겨 퍼트리려고 한다며 해외 문물 유입을 경계한 바 있다.

이렇게 외국 문화를 엄격히 통제하는 북한이지만 디즈니 영화는 예외적으로 허용된 사례들이 있다. NK뉴스는 북한에서 공개된 해외 콘텐츠는 이념적으로 덜 위험한 어린이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아동 병원의 복도를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그림으로 꾸민 장면이 북한 국영 방송에 나왔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공연에는 '미키마우스, '위니 더 푸' 캐릭터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2016년에는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시장 가판대에 '니모를 찾아서, '미녀와 야수' 등 DVD가 판매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매체는 통제된 학교에서 미국 영화를 수업 보조재로 사용한 것을 두고 북한이 해외 미디어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가 검열관들이 이 영화를 편집했거나 교육 목적으로 특정 클립의 사용을 허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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