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60년대와 70년대 독일에 파견됐던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은 고된 환경에도 고국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파독 간호사들은 한국 전통춤을 함께 하며 향수를 달래고,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함께 하는 공연까지 열었는데요.
전통춤을 통해 한민족 정체성 지키기에 앞장서는 한인 무용가를 소개합니다.
[기자]
색색이 고운 치마를 입고 치마끈 묶는 것도 서로 도와줍니다.
하나씩 장구를 어깨에 멘 소녀들이 가락에 맞춰 춤 동작을 함께합니다.
올해로 창단 9년째를 맞은 베를린 '아동·청소년 한국 전통 무용 단체' '화동' 단원들의 연습 현장입니다.
[박고운 / 11세·독일 베를린 : 부채로 넓은 동작 하면 나비처럼 보여서 예쁜 것 같아요. 2018년도에 독일에 와서 환경이 낯설고 그러다 보니까 한국무용을 통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한 것 같아요.]
'화동'을 만든 최윤희 씨는 한국에서 전통 무용을 전공하고 제자를 키우다가 남편의 일 때문에 독일에 왔습니다.
낯선 독일에서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던 윤희 씨를 다시 춤으로 이끈 건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최윤희 / 한국 전통 무용가 : 내가 여기에서 내 자식을 키울 때 아이들이 외국인으로 안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난 그 (주변 한인) 아이들이 다 내 아이들 같았거든요. 그래서 서로 좀 격려하고 서로 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는 윤희 씨를 초빙해 전통춤 강좌를 신설했고,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파독 간호사의 가야무용단도 윤희 씨에게 춤 강습을 요청하게 됐습니다.
파독 간호사 등 1세대 한인들은 먹고 살기도 바빴던 시절에도 자녀들이 우리말과 한국문화를 간직하도록 힘겹게 노력했던 기억이 있기에, 윤희 씨의 전통춤 교실이 더욱 반갑기만 합니다.
[김 도미니카 / 가야무용단원·파독 간호사 출신 : 춤은 제 고국이에요. 고향. 춤을 추는 순간은 움직임이 한국 움직임이고 한국 가락이고 한국 가사고. 춤을 추는 순간 1분이든 한 시간이든 하루든 저는 한국에 가 있는 거예요.]
[김연순 / 가야무용단원·파독 간호사 출신 : 또 우리만이 갖고 있는 애환이 있죠. 그 안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고통스러운 것도 있는데 그 모든 게 더불어서 (한국무용은) 우리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인 것 같아요.]
[김금선 / 가야무용단원·파독 간호사 출신 : 우리 2세들이 한국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가서 우리 고전무용을 가르쳐주고 북 가르쳐주고 부채춤 가르쳐주고….]
윤희 씨는 한인 1세대부터 자라나는 3세대까지, 바로 자신이 가르친 한국 전통무용을 통해 함께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소망을 실제로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다양한 지역 축제에서 파독 간호사 무용단과 아동·청소년 단원들이 무대에 함께 오르는 합동공연을 통해 세대의 벽을 넘어 한국 춤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저 여러모로 운이 좋아 독일에서 한국 전통춤을 가르칠 수 있었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윤희 씨,
앞으로의 꿈도 소박하기만 합니다.
[최윤희 / 한국 전통 무용가 : 딸이 자기 딸을 낳으면 시키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그럼 그때 저랑 우리 딸이랑 손녀랑 함께하는 무대를 한 번 베를린에서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때까지 제가 열심히 건강이 허락하고 춤을 가르칠 수 있다면 되게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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