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를 뒤흔든 '인공지능(AI) 공포 투매'의 출발점은 일반인에겐 생소할 수 있는 한 리서치 업체가 내놓은 비관적인 보고서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 전문가들이 최근 있었던 뉴욕 증시 급락 원인 중 하나로 AI의 부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잠재적 위협을 정리한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를 꼽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과학 소설(Sci-Fi)을 연상시키는 이 보고서는 AI 혁신이 2028년 대형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섬뜩한 시나리오를 담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월가에서 입소문을 탔고, 보고서에서 AI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언급된 소프트웨어, 신용카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줄줄이 급락했습니다.
보고서는 가상의 '거시경제 리포트'(2028년 6월자)의 구성을 빌어 2년 뒤의 근미래 가상 세계를 제시했습니다.
보고서가 보여주는 가상 세계에서는 초고성능 AI 도구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처럼 대중의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기업용 구독 소프트웨어(SaaS)도 대체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2028년엔 AI가 결제 수수료가 낮은 경로를 스스로 찾아내고 스테이블 코인을 대체재로 활용하면서 신용카드를 쓰는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로 인한 불길은 빠르게 번져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이 몰락하고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기업들이 줄도산하며 사무직(화이트칼라) 대량 감원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도 담았습니다.
실업률이 치솟고 소비가 줄자 기업은 수익 확보를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고 감원 열풍은 더 심해진다는 예측도 제시됐습니다.
보고서는 이 과정이 종전의 경기 사이클과 달리 "자연적 브레이크(제동 장치)가 없다"고 적시했습니다.
또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주택 담보 대출(모기지)을 못 갚는 사례가 폭증하며 2008년 금융위기를 압도하는 대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로 인해 세수가 급감하고 재정 적자가 급증하지만, 정부는 손을 쓸 수 없다는 예측도 담겼습니다.
보고서는 이 모든 문제가 지금껏 너무나도 희귀했던 '지능'이 AI 덕에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초유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금의 산업·금융 체계와 기술 도입 과정이 '똑똑한 지능(인간)은 귀하다'는 전제 아래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희귀함이 없어지고 지능 프리미엄(웃돈)이 청산되면서 매우 고통스러운 시장 재조정(repricing)이 일어난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리는 경제에서 가장 생산성이 뛰어난 자산(AI)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도로 줄이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짚었습니다.
또 "투자자로서 우리의 포트폴리오(투자 대상)가 10년을 채 못 가는 전제 아래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찾을 시간이 아직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사태가 흘러가지 않는다고 봐도 이번 보고서는 AI의 파괴적 혁신과 관련한 실질적 우려를 충분히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이 보고서를 읽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관련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특히 종전 투자 판단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앤디 팽 도어대시 공동 창업자는 "AI 도구 기반의 전자 상거래가 산업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지반이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업계가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스트셀러 '블랙스완'의 저자인 데이터 과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AI 주도의 증시 호황이 취약해져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변동성이 치솟고 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산업 전반에서 '테일 리스크'(확률은 낮지만, 매우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는 위험)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위험의 본질은 소폭 하락이 아닌 대폭락에 있고, 투자자들은 항상 헤지(위험 분산)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