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란 전쟁 '조기 종전' 카드를 꺼내 들고 있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냉담합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인데,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지정학적 셈법을 권영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국제유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시사' 발언 이후 80달러대까지 내려앉으며 일단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쟁이 끝나도 유가가 이전처럼 60달러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닐 애킨슨 / 국제에너지기구(IEA) 전 원유산업·시장 부문장 : 과거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유례없이 엄중한 상황입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묘한 전략적 균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기 종전'을 통한 물가 안정을 노리며 이란에 친미 정권을 세우는 구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숙적 이란의 군사·경제 기반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이스라엘 보안 당국은 정권 몰락까지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미국의 종전 신호와 관계없이 공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사샤 브루흐만 국제전략연구소(IISS) 국방분석가 : 양국의 전쟁 목표는 조금 다릅니다. 이스라엘은 실제 정권 교체를 원하지만, 미국은 적대적이지 않은, 약화된 이란과도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사우디 등 걸프 산유국들의 셈법도 유가를 지탱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이들은 과거 '저유가'가 오히려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안보 강화와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한계도 분명합니다.
전쟁이 끝나도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고 파괴된 생산 시설을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다 전쟁으로 바닥난 미국의 전략 비축유를 다시 채우려는 대규모 매수 수요도 대기하고 있어 유가의 하락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스 보샹 / 원유 시장 분석가 : 설령 전쟁이 끝난다 해도 해협을 통한 선박 왕래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세계 경제는 원유 공급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가 이어지는 장기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과 산유국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고유가 흐름은 당분간 뉴노멀로 굳어질 전망입니다.
YTN 권영희입니다.
영상편집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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