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쟁 전으로 돌아간 시계... 피로 쓴 '도돌이표 협상'

2026.03.25 오후 12:35
[앵커]
미국이 휴전과 함께 이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협상안은 전쟁 직전 결렬됐던 제네바 회담의 조건들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합니다.

결국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파국을 겪고도 한 달 전 그 자리로 되돌아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권영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월 26일 스위스 제네바 협상에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의 일시동결'이라는 전향적인 카드를 내밀며 파국을 막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농축 우라늄 전량 국외 반출"이라는 '모 아니면 도' 식의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사흘 뒤 시작된 전격 공습으로 중동은 불바다가 됐고, 전 세계는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한 달간의 전쟁 끝에 미국이 다시 보낸 15개 요구 사항은 당시 제네바에서 걷어찼던 협상 테이블의 연장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농축 중단이 원칙이지만, 기존 농축 우라늄도 우리 손에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야 이란 재건의 길도 열릴 것입니다.]

이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전쟁 공포를 틈타 권력 승계를 마친 이란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는 오히려 공고해졌습니다.

이란으로선 급할 게 없습니다.

미국의 양보를 기다리며 새 지도자의 정당성을 챙기면 그만입니다.

[모하메드 알 샤하위/ 전 이집트군 참모장 : 4주 차까지 버텨낸 이란의 회복력이 가장 놀랍고 차세대 미사일로 미국 군사 기지를 타격하는 능력 또한 놀랍습니다.]

지지율이 30%대까지 추락하고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이 급합니다.

폭등하는 유가와 민심 이반 속에 어떻게든 전쟁을 끝냈다는 '성과'가 절실해진 겁니다.

전쟁 목표가 달라 독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협상에서 배제할 만큼 급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있고, 이란도 합의를 원합니다. 그들 처지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겠습니까?]

전쟁 한 달 만에 미국이 마주한 건, 개전 직전 스스로 거부했던 협상안의 재판입니다.

장기전의 주도권은 내부 권력 승계를 마친 이란이 쥐었습니다.

지지율 폭락과 경제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는 조기 종전을 위한 전략적 수정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YTN 권영희입니다.

영상편집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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