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저비용항공사 스피릿 항공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구제 금융 지원 검토 배경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의 노력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스피릿 항공의 데이브 데이비스 최고경영자는 러트닉 장관과의 통화에서 전면 운항 중단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이 그동안 구제 금융 지원 논의를 이끌어준 것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지난해 법원에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한 뒤 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던 스피릿 항공은 이란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권단에 약속한 회생 계획을 실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데이비스 CEO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접촉해 스피릿 항공 파산 시 발생할 실업 등 여파를 설명해 러트닉 장관의 시야에 스피릿 항공 이슈가 포착되게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사 인텔을 지원하면서 지분 약 10%를 취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스피릿 항공에 대한 구제 금융을 통해 수천 명의 실직을 막는 게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의 이 같은 노력은 스피릿 항공에 돈을 빌려준 시타델, 시러스 캐피털 등 채권단의 강한 반발과 행정부 내부와 항공 업계의 이견에 부딪히면서 결국 좌초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피릿 항공에 5억 달러(7,400억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대신 스피릿 항공의 지분을 최대 90% 확보할 수 있는 신주 인수권(워런트)을 확보하는 방안을 협의해왔습니다.
채권단은 행정부의 신규 자금 지원 조건이 기존 채권자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스피릿 항공이 정부 지원안을 수용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스피릿 항공 이사회에 책임 있는 선택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채권단은 스피릿 항공이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회사를 청산해 항공기 매각 대금을 배분하는 게 재무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협상 관련자들은 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피릿 항공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 전쟁 때 제정된 국방 물자 생산법(DPA)을 발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안보 분야 관료들이 저비용 항공사 구제에 해당 법을 사용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면서 논의가 추가로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피릿 항공 구제금융안에 대해 "도울 수 있다면 돕겠지만, 기존 채권자가 아닌 우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채권단의 양보가 없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구제금융은 없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구제금융이 무산되면서 스피릿 항공은 2일 성명을 내고 모든 항공편의 운항 중단과 영업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스피릿 항공은 영업 종료로 만 5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미국 저비용 항공사의 시초이자 초저가 항공편의 대명사였던 스피릿 항공은 바이든 행정부의 제동으로 제트블루 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했습니다.
구제 금융 지원에 반대 입장을 냈던 항공업계는 스피릿 항공 영업 종료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유나이티드와 델타 등 미국 항공사들은 운항 종료로 취소된 항공편을 다시 예약해야 하는 스피릿 고객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도록 가격 상한 혜택 제공에 나섰습니다.
또 스피릿 항공 직원들이 귀가할 수 있도록 무료 좌석도 제공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로이터는 스피릿 항공 영업 종료에 대해 이란 전쟁과 연관된 항공업계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저비용 항공사들이 항공유 가격 급등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며 정부에 25억 달러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현시점에서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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