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지난달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멀리서 절을 올리는 '요배'(遙拜)를 한 것을 두고 일본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5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하기 직전 500m 떨어진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를 친 뒤 한 번 절하는 내용의 요배를 했습니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오늘(6일) 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요배가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한 예전 발언의 이행과 한국·중국 등의 반발 사이에서 선택된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거 태평양전쟁 등에서 전사자를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하는 '임시 대제' 등이 열릴 때 일왕의 참배 시간에 맞춰 군 주도로 행해지던 의식이 멀리서 신사 등을 향해 절을 하는 요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일왕이 직접 참배하는 임시 대제는 일본군의 전의를 높이고 국민적 일체감을 조성하는 행사로 요배는 그 일부였다"며 요배 의식이 치러질 때 한반도 등 식민지 주민들에게도 묵념이 요구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패전일에 요배라는 형식을 통해 야스쿠니 신사를 사실상 '원격 참배'한 것에 대해 "외교 문제 등을 떠나 정교분리라는 헌법 원칙에 따라 일본의 전쟁 역사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유력 정치인 시절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고 총리 취임 시 참배 의사를 밝혔던 다카이치 총리가 외교 마찰, 국내 반발 등을 우려해 '우회로'인 요배를 선택했다 치더라도 정교분리를 명언한 일본 헌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서입니다.
아사히신문도 자사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이 남아 있는 1984년 이후 총리 동정에 요배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대 사회 들어 생경해진 참배 양식에 총리 관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요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고 아사히는 전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요배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주변 인물은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타이완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내놓은 이후 경색된 중일 관계가 풀릴 기미가 없자 보수 성향의 일본 각료들 사이에서도 패전일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를 말리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반면, 우익 단체 잇스이카이(一水會) 청년국은 지난달 26일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요배에 대해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어정쩡한 대응"이라며 항의문을 보내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다카하시 교수는 평화주의를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학자로,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전후 책임론 논쟁에서 좌파 논객으로 활동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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