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가 발생한 네팔에서 시신 신원을 확인하는 유전자 정보(DNA) 검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얼굴 인식 기술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네팔 카트만두 포스트와 EFE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산맥 상류에서 대홍수가 발생한 지 2주 넘게 지난 10일까지 시신 1,377구가 수습됐습니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돼 유가족에게 인계된 시신은 7.4%인 102구에 불과합니다.
네팔에서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 수와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네팔에서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경찰 중앙법의학연구소와 과학기술혁신부 산하 국립 법과학연구소 등 2곳뿐입니다.
평소 두 기관에서 연간 1천 건 미만의 시료를 처리하지만, 이번 대홍수 이후에는 2천600건이 넘는 시료가 밀려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NA 전문가이자 전직 법과학연구소장인 지반 리잘 박사는 두 연구소 모두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항상 인력이 부족했다"며 "검사에 필요한 화학물질과 시약은 비싸서 조달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네팔 경찰 중앙법의학연구소는 인도 출신 DNA 전문가 19명과 중국 출신 전문가 4명에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의 지원까지 받았지만, 전례 없는 업무량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리잘 박사는 "외국인 실종자도 많다"며 "가능한 한 많은 해외 전문가를 활용해 (시신 신원을)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거센 흙탕물에 휩쓸리거나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있다가 발견되는 시신이 많아 DNA를 채취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네팔 당국은 심하게 훼손된 시신에서는 치아나 뼈에서 DNA 시료를 채취하고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시료 채취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DNA 검사를 통한 사망자 신원 확인이 늦어지자 미국 AI 기술 회사인 나우트르키트(NowtrKit)는 '페이스태그'라는 AI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 네팔 당국을 돕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사진과 영상 속 얼굴을 분석해 실종자 사진과 비교한 뒤 신원이 일치할 가능성이 있는 5∼10명의 후보를 선별합니다.
나우트르키트 설립자인 사마르 판티는 네팔 매체 칸티푸르와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실종자 500명가량이 페이스태그에 등록됐고 이 가운데 90명의 신원이 잠재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술을 활용해 (신원) 일치 가능성이 있는 대상을 식별한 뒤 그 정보를 네팔 경찰이나 관련 정부 기관에 넘겨 공식적으로 검증을 받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네팔 경찰 당국은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AI가 식별할 수 없는 (훼손된) 시신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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