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남아도 데이터센터 '역풍' 확산...물 부족에 항의 시위

2026.11.08 오후 10:52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발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국에서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갈수록 커지면서 관련 당국과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와 인접한 인도네시아 바탐섬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농사(Nongsa) 디지털 파크 바깥에서 현지 주민 수십 명이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가뭄으로 상수도 공급이 자주 중단되는 등 차질을 겪으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데이터센터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상인 주니아르디 아딘다 셈비링 구루키나얀(54)씨는 수돗물이 끊겨 "때로는 샤워를 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물 없이는 밥을 지을 수도, 채소를 요리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처음에는 산업시설이 온다고 환영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물 부족이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주민 술라스트리(38)씨는 집에서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미리 받아놓은 물로 설거지를 하면서 "지난 1년간 물 부족 사태가 이어져 왔고 최근 6개월 사이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부가 급수차로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렇게 받은 물은 누르스름한 빛을 띠고 냄새가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지 수도 운영업체 측은 가뭄으로 현지 저수지 수위가 매우 낮아진 데다 급수 시스템이 전기 관련 결함으로 인해 더욱 차질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말 당국은 관련 개발업체에 현지 수자원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수 담수화 시설을 구축해 데이터센터에 냉각수를 공급해야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농사 디지털 파크 내 한 데이터센터 소유주인 홍콩의 가우 캐피털 파트너스 측도 물 부족 문제와 관련해 "바탐 인근 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좌절을 잘 알고 있다"면서 냉각수 재활용 시스템·재생에너지 도입 등의 대책을 언급했습니다.

동남아의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부상하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이를 둘러싼 환경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북쪽에 인접한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내 데이터센터 용량은 5년 전 불과 10메가와트(MW) 수준에서 현재 2.1기가와트(GW)로 200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2035년에 데이터센터가 말레이시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코타 다만사라 지역에선 한 데이터센터 건설 부지가 텅 비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9천여 명의 서명을 모아 지역구 의원에게 민원을 보내는 등 강하게 반대하자 지난 8월 해당 업체는 결국 사업을 접었습니다.

현지 주민 자하이디 하룬(72)씨는 데이터센터가 "상당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면서 바탐섬 사례처럼 "한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그 영향을 체감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라마난 라마크리슈난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 장관은 개발이나 투자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주민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주민에게도 의견을 낼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전력·물 수급 관련 대책이 부족한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여러 건을 반려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150억 달러(약 20조5천억 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한 구글도 현지에 친환경에너지 발전 용량을 1GW 이상 추가하고 전력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또 데이터센터 인근에 1억6천만 달러(약 2,180억 원)를 들여 공동 수자원 인프라를 구축, 데이터센터와 지역사회가 나눠서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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