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창덕궁에 있는 측우기 받침, 측우대에는 368자의 한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워져서 무슨 글자인지 확인할 수 없었던 한 글자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는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YTN 사이언스 정현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창덕궁에 남아 있는 정조 때 제작된 측우기의 받침 측우대의 복제품입니다.
측우대의 네 측면에는 368자의 한자로 된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조 6년, 1782년에 심한 가뭄이 들어 왕이 기우제를 지냈는데 금새 24mm의 비가 쏟아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
"현재까지 남아있는 측우기는 5대가 있습니다. 그중 기록의 관점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게 창덕궁 측우대인데요."
그런데 이 가운데 한 글자는 거의 지워져 무슨 글자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기우제를 지내는 단에 올라 제사를 올리는 정조의 모습을 표현한 문장 중 한 부분인데 학자들은 이 글자를 '직물 직'으로 추정했습니다.
병직개, 즉 제단을 천으로 감싸다는 뜻으로 제사를 지내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 문장의 탁본을 최초로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이 글자가 ‘직물 직'이 아닌 햇볕을 가리는 '양산 산'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경우 병은 물리칠 병으로 개는 왕이 행차할 때 햇빛을 가리는 일산 개로 뜻이 달라집니다.
결국 왕이 양산과 일산을 물리쳤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조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백성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한 마음이 이 글귀에 담겨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창덕궁 측우대에 새겨진 368글자를 모두 찾아낸 것입니다.
이로써 1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측우대에 기록된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됐습니다.
YTN사이언스 정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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