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0월 2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유튜버까지 나선 '망 사용료' 논란..접속료인데? vs 무임승차하나?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최근 망 이용료 혹은 망 사용료라고도 하죠. 이게 요즘 한참 논란인데요. 그래서 짚어봤습니다. 인터넷 망을 이용한 대가로 내는 요금인 망 이용료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SK텔레콤 등 통신 사업자가 만든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내는 요금인데, 그동안 종종 이슈가 됐었다가 가라앉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론전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콘텐츠 사업자인 구글이 ‘망 중립성’을 배경으로 ‘유튜버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하면서 여론이 일었고, 이번에는 통신 사업자 3사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역차별, 무임승차’라는 논리입니다. 이에 대해 좀 따져봤습니다.
일단 배경은 국회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해외콘텐츠사업자의 ‘망 무임승차 방지’와 관련한 7건의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망 이용 대가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 게 주요 내용인데, 사실상 구글과 넷플릭스가 대상입니다.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한 법안이어서 여야 모두 큰 반대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게이머들과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법안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의원들이 신경이 쓰이게 된거죠.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국내 콘텐츠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는 건데, 이 부분부터 따져볼까요?
◆ 송영훈> 네. 해당 주장, 일리가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기준으로 구글은 국내 인터넷 전송량의 27.1%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입니다. 또 넷플릭스는 점유율 7.2%로 구글에 이은 2위입니다. 이들 업체가 차지하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30%를 훌쩍 넘습니다. 이에 비해 국내 대형 콘텐츠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트래픽 점유율은 각각 2.1%, 1.2%로 합산 3.3%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업체들은 현재 망 사용료를 내고 있습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매년 통신사에 700억~1000억원 가량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소송을 벌이며 지금까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역차별과 무임승차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습니다.
◇ 김양원> 그런데, 반대 측에서는 ‘망 이용료’가 아닌 ‘접속료’라는 주장이 나오던데요?
◆ 송영훈> 구글과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 중립성 원칙’과 함께 내세우는 논리입니다. 통신사는 콘텐츠 사업자 덕분에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받아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게 망 중립성 원칙과 연결되어 있다면, ‘접속료’주장은 기술적인 부분에 해당하는데, 간단히 설명 드리면, 국내 혹은 한국과 가까운 곳에 구글이나 넷플릭스 본사 서버의 복사본인 캐시서버를 만들어 국내 사용자들이 자주 요청하는 콘텐츠를 저장해두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통신사업자들은 사용자에게 ‘전 세계 연결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서로의 망을 연결해야 하는데, 국내 통신사업자가 미국 통신사업자 망을 통해 트래픽을 주고받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캐시서버를 쓰면 미국 통신사업자와 직접 접속을 하지 않게 되는 셈이니 그 비용을 줄여줬다는 거죠. 이 쪽 주장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셈입니다.
◇ 김양원> 자세히 보니까 양쪽 다 자신들이 유리한 부분만을 강조하는 상황이군요.
◆ 송영훈> 네, 명쾌하게 판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망 이용료와 관련해서는 일단 법원의 1차 판단이 나와 있습니다.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에 이용료 부과 갈등이 발생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캐시서버가 대안이 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일단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 후 항소를 진행 중입니다.
최근 이 사안을 두고 온라인 여론이 국내 통신사업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통신 3사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 해 기준으로 4조원 대를 올리는 상황에서 이용자 불편을 부를지 모르는 망 사용료를 고집하면서 자사 이익만 추구한다는 거죠.
어쨌든 온라인에서 반대여론이 커지자 정치권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법안을 두고, “민간기업 간 문제를 정부가 개입해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과 “글로벌 콘텐츠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망이용료 입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입법 추진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신중론으로 선회했습니다.
망 사용료 의무화 논쟁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도 한창 논란인데요. 미국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망중립성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공화당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망중립성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반대 입장입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망 이용료를 부과하자는 입장이 강한 상황입니다.
◇ 김양원> 이전과 달리 망중립성 쪽에도 의견을 기울이는 상황으로 정치권 내에서도 조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네요. 아직은 양쪽 입장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판정 보류하겠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