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원자 구성과 결합이 같아도 좌우 구조가 뒤집히면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 것을 '카이랄성'이라고 하는데, 이 카이랄성 때문에 의약품이나 화학 약품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특별한 도구 없이도 분자의 카이랄성을 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양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역사상 최악의 약물 부작용 사례로 꼽히는 '탈리도마이드 사건'
1957년 독일의 한 제약사가 수면제로 개발한 탈리도마이드는 진정 효과가 있어 임신부에게 '입덧 방지제'로 많이 팔렸습니다.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 약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1만여 명의 기형아가 태어났습니다.
약물 분자 구조는 같지만, 방향이 다른 '카이랄성' 때문이었습니다.
오른손과 왼손은 서로 대칭 구조를 가졌지만, 이렇게 서로 완전히 겹쳐지진 않는데요.
이런 구조를 카이랄성, 방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카이랄성에 따라 약물 효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 분석법은 측정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료가 손상되는 등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특별한 도구 없이도 분자의 카이랄성을 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는 투명한 액체를 개발한 분석 시스템에 넣자 왼손 분자는 보라색, 오른손 분자는 빨간색으로 나타납니다.
핵심은 카이랄성 구조에 반응하는 금 나노 입자를 일정하게 배열한 것으로, 방향성에 따라 가시광선 중 특정 빛만 나와 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김령명 /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사과정(제1저자) : 저희가 만든 금 나노 입자의 정렬 구조를 활용하면 이 분자와 빛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 이 분자의 왼손성과 오른손성을 더 잘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개발한 분석 시스템은 적은 양으로도 카이랄성 분자를 찾을 수 있으며, 시료 손상이 없는 가시광선에서 구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남기태 /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 저희가 만든 새로운 센서 플랫폼을 이용하면 왼손 모양을 가진 것들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것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어떤 합성법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것들도 새롭게 저희 기술을 통해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합성 의약품의 절반가량은 카이랄성 의약품으로 알려졌지만, 완벽한 구별법이 확립되지 않아 학계와 업계의 과제로 남아있었습니다.
쉽고 빠르게 분자의 카이랄성을 구분할 수 있는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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