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사람을 그리고 싶어요 - 시사만평의 대부, 박재동 화백
[YTN FM 94.5 '출발 새아침'] (오전 07:00~09:00)
강지원 앵커 (이하 앵커) : 화제의 인물을 만나는 시간 입니다. 지금 흐르는 곡은 다섯손가락의 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시는 분들,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독, 보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 만평이 있습니다. 바로 박재동 화백의 만평인데요. 하지만 요즘 박 화백의 그림에선 이런 날카로운 시선보다는 따뜻한 시선이 조금 더 느껴지는 것 같다는 평이 있습니다. 국민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그래서 가능하다면 모든 국민들을 그리고 싶다는 박재동 화백, 오늘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박재동 화백 (이하 박재동) : 오랜만에 목소리 듣습니다. 반갑습니다.
앵커 : 네. 잘 지내셨죠?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박재동 : 요즘 뭐 정신이 없습니다. 강 선생님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여기도 관여하게 되고 저기도 관여하게 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될 것도 많고 그렇습니다.
앵커 : 욕심이 많으신 거 아닌가요?
박재동 : 일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이런 저런 이야기 듣다가 제가 막 아이디어가 나오다보면 그 일을 또 하게 돼 있어요. 제가 자꾸 아이디어를 내고, 이렇게 해야 된다고 주장하게 되면 또 그런 일을 하게 돼 있고, 그런 일이 하나씩 하나씩 겹치다보니까 좀 힘들 정도도 되고 그래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앵커 : 아이디어 내면 자꾸 책임지게 돼요. 하하
박재동 : 그러니까 자꾸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앵커 : 아뇨. 바쁘게 사시는 게 좋죠. 지난 해 연말 발간 된 화백님의 그림책이죠? "손바닥 아트"가 꾸준히 인기를 끌 고 있는데 이게 그림일기처럼 그리신 거라고 하면서요?
박재동 :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만평을 그리다보니 그림 연습을 할 시간이 없어서, 그림 연습을 해야겠다고 스케치북에다가 스케치 연습을 했었어요. 하다보니까 스케치북이 작지만 연습만 하게 되는 게 아니라 이게 바로 이대로 작품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기다가 그림일기를 쓰는 겸 생각도 쓰고, 그림 연습도 하고, 작품도 하고 손바닥만한 스케치북이지만 하고 싶은 거 거의 다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연습해서 벗어나서 예술이다 작품이다, 그래서 손바닥아트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앵커 : 그렇군요. 손바닥만한 수첩에 그림을 그리시는 거예요? 연습이라고 하는데, 화백님이 그림을 그리시면 연습이 아닌데, 작품인데?
박재동 : 저희들도 전문가긴 하지만, 남들이 볼 때는 그림 잘 그리겠지 하지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콤플렉스가. 그래서 연습을 통해서 보완하고 그리고 그림을 계속 그리다보면 늘어요. 그게 너무 너무 재밌고, 그 다음 제가 또 한 가지 하는 것은 손바닥 운동이라고 제가 붙였는데 우리 국민들이 초, 중, 고등학교 졸업하고 노래는 노래방에서 막 노래를 언제나 즐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림은 초,중, 고등학교 졸업하면 99%가 땡입니다. 평소에 그림 그릴 기회도 없고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그림은 거의 즐기지를 못해요. 남의 거를 보기만 하지. 보는 것도 많이 못 보는 형편이고 그래서 제가 가만히 생각해 봤더니, 그림이라고 머릿속에 떠올리면 학교 다닐 때 스케치북 크기가 생각이 납니다. 거기에 물감까지 그림을 준비해서 그리려면 바쁜 사람은...
앵커 : 아주 거창해지죠. 작업이
박재동 : 너무 힘들어서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이게 엽서 크기만 그려도 된다고 하면 조금 부담이 낫지 않습니까. 컬러링 같은 것도 안 해도 된다. 갖고 있는 사인펜이나 볼펜이나 이런 걸로 그려도 된다. 그러면 좀 낫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 거기다가 글도 써도 되고, 메모를 해도 되고, 사람 기다릴 때 커피 잔 한잔 그리면서 기다리면 짜증이 안 나고...그렇다고 생각이 듭니다. 일반 사람들이 스케치북이나 수첩 같은 데다 무료할 때, 전철타고 가거나 사람 기다리다가 무료할 때, 잠시 낙엽을 그려보든가 옆의 사람을 그려보든가 그러면 그 동안 잠시지만 자기를 만나는 시간, 몰두하는 시간이 됩니다. 그게 굉장히 소중한 거거든요. 이렇게 낙서도 해보고 보고도 그려보고, 잠시라도 그것을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누구든지 그림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스케치북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조그만한 수첩에다가 낙서하고 그림 그리고. 이것은 선생님께 검사받을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내 맘대로 하는 거예요. 그런 것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 너무 좋은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노래방은 아무나 가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노래방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엄청난 일인 것 같고 특별하신 분이 하시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잘못된 건가요?
박재동 : 그게 우리 미술교육이, 저도 미술 교사 출신인데 저도 반성이 되고, 저도 어떤 경우든지 그것은 탈피하려고 그랬는데, 우리 국민들 중 자기가 그림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면 몇 명 안 되잖아요.
앵커 : 글쎄 그럴 것 같아요
박재동 :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따로 있고 나는 아니야." 그 다음에 그림 못 그려도 즐기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면 그것도 별로 없어요. 외국 사람들 보면 못 그려도 그림을 즐겨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점수화해서 잘 그리는 사람 따로 있고 나는 못 그려, 그런데 점수를 받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으니 제출해요. 그러다보니까 "그림을 나는 못 그린다, 수학도 나는 못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점수를 탁탁 매기다보면 나는 못한다는 의식을, "나는 못한데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즐겨.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듯이." 이렇게 해야 되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미술교육 보면 "나는 그림 못 그려" 이런 의식을 다 심어주는 결과가 됐죠.
앵커 : 오히려 교육이 거꾸로 됐군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려면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 아닙니까?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까?
박재동 : 그럼요. 그런데 특별히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어요. 노래도 특별히 잘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앵커 : 그런 분들은 화가가 되시면 되고.
박재동 : 등산도 누구나 잘하는 사람은 에베레스트 산도 가지만, 누구나 북한산도 오를 수 있듯이 그림도 누구나 조그만하게 부담 없이 하다보면, 누구나 조금씩, 조금씩 하면서 잘 할 수 있어요 그 과정을 즐기면 되는 거죠. 그러면 조금씩, 조금씩 늘거든요. 재밌고
앵커 : 저 같은 사람도 슬슬 그려보면 됩니까?
박재동 : 그럼요. 강 선생님도 조금씩 해보세요. 선생님께 검사 받을 필요 없다. 제출 안 해도 된다. 내가 즐거워야 된다 하면서 잠시 있을 때 가만히 있느니 그걸 한번 그려보는 거예요. 거기에 싸인 하나 탁 하고 말이죠.
앵커 : 시사만평으로 국민들을 울고 웃기고 하시던 화백님이신데요. 손바닥 운동가로 변하셨네요. 혹시 요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만평을 하나 그리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박재동 : 그런 게 너무너무 많아요. 많은데, 요즘 "부러진 화살"이 또 그거더라고요. 그래서 "휘어진 화살" 이런 거나 한번 그러볼까. 이런 생각이 슬쩍 들기는 한데, 우리 국민이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또 제가 또 딴 일도 해야 하고 해서. 그걸 또 하려니까 힘이 들죠. 하려면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무지하게 생각을 많이 해야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려요
앵커 : 그런데 화백님의 그림이 부천역 화장실에 걸려있다는데, 무슨 말씀이신지요?
박재동 : 옛날에 제가 고속버스 휴게실에서 소변을 보다보니 앞에 조그만한 그림들이 걸려있더라고요. 그런 그림들을 보니까 그게 말하자면 싸구려 그림이지요. 인쇄되거나 대량 생산한 것이긴 하지만, 어떤 것은 잠시, 예술이다 그런 것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거나 그런 게 있더라고요. 그런 것과 잠시 만남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것이 소중한 시간이다. 화장실에 내 그림이 걸리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영광스러울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그들과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런 꿈을 꿨더니 이루어지더라고요. 인사동 초입 화장실에도 제 그림이 걸려있고 그리고 이번에는 부천역 화장실에 제 그림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장실 화가"라고 불리고 싶고, 얼마나 멋집니까. 내 그림이 화장실에 걸려있다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큰 거 보실 때는 탁 앉아서 보면, 완전히 독점적인 갤러리 아닙니까. 하하. 그렇게 좋은 갤러리가 어디 있습니까.
앵커 : 자존심 상하는 게 아니라 영광이겠네요.
박재동 : 정말 아무나 저 그림을 본다는 것이 정말 저는 가슴 떨리고, 화장실이 아름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화장실이 갤러리화하기 때문에 모든 화장실을 갤러리화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앵커 : 지금도 걸려있죠? 부천역에.
박재동 : 예, 너무너무 즐거워요.
앵커 : 부천역 화장실, 반드시 가봐야 할..하하..
박재동 : 부천역에 하루에 십만 명씩 온대요. 그럼 화장실 온 사람들 만 명씩 올 텐데 얼마나 영광스럽습니까. 그리고 청소하는 아줌마가 좋아하신데요. 화장실이 아니라 갤러리를 청소하시는 거니까요.
앵커 : 우리나라 시사만화가의 대부이신데, 요즘은 손바닥아트 때문이어서 그런지 따뜻한 그림 많이 그리신다고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박재동 : 시사 만화라고해서 너무 예민하게 파헤쳐서 그런 것도 필요하지만, 좀 더 대안적인 것도 그리고 싶고,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다 그리고 싶고, 얼마나 우리나라 사람들 정겹습니까. 그리다보면 다 우리나라 사람들 좋아하게 되고, 애니메이션도 해야 되고, 여행 갔다 온 출판물도 여러개 예약돼 있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학생들에게는 제가 많이 배웁니다. 그 다음에 교육 운동에도 걸려있고, 문화원도 걸려있고, 제가 이렇게 많아요. 앞으로의 계획인데 이것을 간추려서, 제 작품도 좋은 것을 하고, 활동도 제대로 해야지요. 그렇습니다.
앵커 : 알겠습니다. 그렇게 되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재동 : 네, 감사합니다.
앵커 : 지금까지 시사만화계 대부이시죠, 박재동 화백과 함께 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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