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비자금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그림 등 미술품이죠.
비자금 세탁이나 세금 회피, 재산 상속 용도로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황보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서 검찰이 압수한 미술품은 4백여 점.
누가 얼마에 샀는지, 구입자금은 어디서 났는지 의문이 듭니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엔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 오리온그룹 수사 당시엔 회장 자택에서 발견된 140억 원 상당의 그림 10점이 세간의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CJ그룹 비자금 수사에도 모 갤러리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이처럼 재력가들이 미술품을 사들이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미술품엔 정가가 없어서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미술품을 사들이는 식으로 비자금을 마련하는 데 용이합니다.
또 미술품은 재산 상속 수단으로도 유용합니다.
현금 5억 원을 물려줄 때는 세금 1억 원을 내야 하지만, 미술품은 5억 원짜리를 사서 1억 원 이하에 샀다고 신고할 수 있고, 10%에 해당하는 천만 원만 증여세로 내면 됩니다.
현금을 물려줄 때보다 9천만 원을 줄일 수 있는 셈입니다.
대리인을 시켜 단골 화랑을 통해 미술품을 구입해두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는 점도 재력가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일입니다.
요즘 재력가들 사이에서는 '미술품 구입은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입니다.
[인터뷰: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모 법률재벌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사학자가 책사가 돼서 끊임없이 그림을 구입하고 다니고 있고, 고위관직을 지낸 유명한 분도 모 박물관에 끊임없이 골동품이나 회화작품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미술품이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미술품 거래 양도세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6천만 원이 넘는 미술품을 사고팔 때 차액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작품별로 과세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워 탈세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YTN 황보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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