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패션은 개인을 드러내는 표현 수단이기도 하고 그 시대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패션으로 한국의 100년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끕니다.
윤현숙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망국의 설움 속에 서양 문물이 밀려 들어오던 일제 강점기.
갓 대신 중절모를 쓴 모던 보이가 신작로를 활보했고, 쓰개치마를 내던진 모던 걸은 통치마와 구두, 여우털 목도리로 멋을 냈습니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서울 명동에서 한국 패션의 싹이 틉니다.
국내 최초 패션쇼를 연 노라 노, 최경자 같은 1세대 디자이너들이 활약하며 서구의 유행에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옷들을 선보였습니다.
나팔바지와 통기타로 대변되는 1970년대, 패션은 곧 자유를 뜻했고, 컬러 TV와 함께 대중문화가 태동한 80년대는 승마바지와 넓은 어깨를 강조하는 재킷처럼 화려한 색과 과장된 실루엣이 유행했습니다.
90년대 이후 한국 패션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한류와 함께 K-패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근현대사의 상징적 공간인 옛 서울역에서 패션을 통한 시간 여행이 펼쳐집니다.
[최정화 / 예술감독 : 모든 것이 예술이고 모든 것이 패션이고, 특정하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패션이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옆에 있다 같이 있다 함께 있다 이런 거죠.]
패셔니스타부터 이웃집 할머니까지 실제 옷장 속 옷으로 꾸민 '패션 만인보'도 눈길을 끕니다.
당대 최고 스타들을 빛냈던 옷은 물론, 고이 간직해온 어머니의 유품처럼 저마다 귀한 사연이 담긴 옷들이 유행의 변천사와 그 시대의 공기를 전해줍니다.
[이명희 / 보그 코리아 초대 편집장 : 우리 한국 사람들은 패션에 너무나 지대한 관심이 있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 요즘 유행이 이 시대 어떤 옷에서 끄집어 냈구나' 이런 것을 알 수 있는 거죠. 아주 재밌는 전시 공간입니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의상과 삶이 담긴 옷을 통해 한국 패션의 100년 역사를 되짚어보는 이번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열립니다.
YTN 윤현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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