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자 목소리 변조해 허위 인터뷰, KNN 사건으로 본 허위보도 실태

2019.06.24 오전 10:39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6월 22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기자 목소리 변조해 허위 인터뷰, KNN 사건으로 본 허위보도 실태"

[김양원 PD]
1)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비평입니다.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네, 앞서 오프닝에서 말씀드렸지만, 한 방송사의 인터뷰 조작사건을 다루신다고요?

[조수진 교수]
네, 각종 언론에서 ‘방송 보도 역사상 전례 없는 사건’, ‘언론윤리 교과서에 실릴 일’ ‘방송조작보도 흑역사 KNN이 새로 썼다’ ‘자기 목소리 위조해 인터뷰조작 KNN이 교과서 에 실릴 흑역사를 썼다’. 지난 한주 동안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보도 됐습니다.

제목 그대로 흑역사구요, 또 다시 언론보도 조작성. 언론윤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이었습니다.

[김양원 PD]
3) 부연 설명해드리자면, KNN, 부산지역 민영방송입니다. KNN의 메인뉴스인 ‘뉴스아이’보도에서 지난 11월부터 1월 사이, 부산 신항의 문제점을 지적한 총 4회의 보도와 겨울철 노년층의 피부건조증 관련 의학보도를 하면서 인터뷰를 조작한 일인데요.

이 과정에서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음성 변조해 취재원 인터뷰인 것처럼 조작한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죠?


[조수진 교수]
네, 지난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에서 부산신항 관련 리포트4개와 의학정보 리포트 1개를 각각 안건 2개로 나눠 과징금을 결정했습니다. ‘과징금’이라는 건 현 방송법상 최고수준의 징곕니다. 이게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반영이 되구요,

10점 감점이 되거든요, 이번에 부산신항관련, 의학정보 2건이기 때문에 방송평가에서 총 20점 벌점이 부과되는 겁니다. 이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에 지상파 방송사가 과징금 처벌을 받은 전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가짜뉴스에 대한 심각성이 큰 상황에서 언론 윤리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한 처벌이 아닌가 싶구요,

방심위 관계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지적을 했습니다. 기사의 인터뷰를 조작한 기자도 문제지만 데스크는 책임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중요한 건 KNN이 이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양원 PD]
4) 이 사안이 문제가 되니까 knn측은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뒤늦게 사과방송을 했어요. 하지만, 이후에도 시청자를 기만한 부분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조수진 교수]
방심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전원 합의로 과징금을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기자가 취재의 편의성을 위해 자신의 음성을 변조해 관계자 인터뷰라고 보도한 것은 심각한 허위방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양원 PD]
5) 방심위가 방송사 과징금을 의결한 건 초유의 일이고, 이렇게 취재원 인터뷰가 조작된 일이 전에도 있었나요?

[조수진 교수]
네, 최근에도 허위 정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지만 인터뷰와 관련된 사례들만 생각해보면, MBC의 김모기자가 2011년부터 2016년에 걸쳐 사용한 13개 인터뷰 중 7개가 조작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당시 충격을 줬습니다.

이 경우는 해당 업체 홍보대행사 직원을 고객으로 위장해 ‘연출’하기도 했구요, 지인을 인터뷰이로 활용하기 했습니다. 지인, 그의 부인, 자신의 결혼예정자, 부모님 댁 아파트 경비원 까지 아주 지인활용방식도 다양하죠. 이들에게 ‘주문형 인터뷰’방식. 그러니까 필요한 부분을 미리 말해주고 그걸 하도록 하는 거죠. 시청자를 기만하고 뉴스 신뢰도를 해치는 행윕니다.

조지 킬렌버그(George Kellenberg)는 라는 책에서 기자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지적하는데요, 그중 거짓말하는 것. 신분 위장하는 것. 기사는 취재를 통해 얻는 것이지,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우리 뉴스에서 보여 진 행태들이 여기에 속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인터뷰이를 지인으로 활용하고, 그 내용을 주문하는 형식. 아주 비윤리적인 행탭니다. 이 기자는 지금 퇴사했지만, 이 사건으로 MBC는 신뢰를 잃게 되는거죠, MBC는 이 건 외에도 인턴으로 일했던 기자를 인터뷰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대상자 이름과 직업 보고 의무화, 담당 데스크도 기자의 시민 인터뷰 계획을 사전 점검하도록 하는 내부규정을 마련했습니다. MBC제작 가이드라인에도 보면 15조 6항에. ‘어떤 프로그램도 시, 청취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PD]
6) 이번 사례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어요.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에도 인터뷰 조작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조수진 교수]
작년에 평창올림픽 때 그런 경우가 있었죠, 채널A에서 단일팀 논란을 보도하면서 선수들의 인터뷰를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라고 한탄하는 선수의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인터뷰는 방송되기 6개월 전에 취재한 인터뷰였습니다. 오래 전 인터뷰를 악용해 반대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비판받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제야의 종소리 타종식 중계에서 시위대의 반정부 구호 소리를 지우고 효과음으로 대신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주 다양합니다.

인터뷰내용의 변형형태를 연구한 자료가 있는데요, 인터뷰와 관련된 신문, 방송의 보도 중 언론중재를 신청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허위 인터뷰, 사실 왜곡보도가 가장 많았습니다.

[김양원 PD]
7) 네, 뉴스 뿐 아니라 예능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연출 조작이라고 해야할까요.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어요?

[조수진 교수]
맞습니다. 뉴스 뿐만 아니라 예능,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연출 조작 등의 행태는 다양하게 나타났었습니다. 우리사회가 그동안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번 조치가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양원 PD]
8) 이런 인터뷰이나 연출 조작도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봐야겠죠?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이나 규제가 있나요?

[조수진 교수]
네, 이런 인터뷰 조작 등의 허위정보도 최근 우리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가짜뉴스에 속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통제’가 아니냐,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가짜뉴스의 개념 자체도 현재 불분명한 상태에서 규제방안부터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만, 이런 논의들이 공론장에서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모바일 환경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신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콘텐츠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가짜뉴스 법적규제 vs 표현의 자유 등 이런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방안을 찾아나가야겠지만, 중요한 건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확산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양원 PD]
9) 방송을 제작하다보면 제작진의 의도, 방향이 있고, 사실 인터뷰이가 그 방향대로 언급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지속적인 취재가 필요할 텐데요. 그렇다고 조작을 하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죠. 기자 스스로가 시간에 쫓겨, 그리고 특종 욕심에 현혹되지 말아야겠고요.
시청자의 신뢰를 잃는 언론은 결국 스스로 도태된다는 것.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조수진 교수]
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PD]
10)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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