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귀로 배우는 연애] 연애에서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들

2019.06.24 오후 02:17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장재숙 동국대 교수

[귀로 배우는 연애] 연애에서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들

톡을 보내도 함흥차사. 여전히 숫자 1이 남아있는지 보려고 수십 번 톡방을 오가다 보면 하루 반나절이 훌쩍 갑니다. 연애는 정말 기다림의 연속인 걸까요? 이렇게 마냥 기다리다보면 정말 답이 오는 걸까요?
그런데 이 기다림의 연속! 에도 있습니다. "장재숙 교수님 나오는 월요일, 대체 언제 오는 거예요~" 그렇게 6일을 기다렸더니, 드디어 오늘이 왔어요! 남녀노소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학 특강!
이번 주도, 동국대 장재숙 교수와 함께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교수님 안녕하세요~ 1주일에 한번이 정말 길게만 느껴져요. 이제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오시는 길 불편하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장재숙 교수 (이하 장재숙) : 지하철이 시원해서요. 시원하게 왔습니다.

조현지 : 다행이예요. 방송하다 보면요, 월요일이 아닐 때도 교수님께 보내는 문자가 종종 오는데요. 여러분들도 미리 연애고민 사랑고민 상담 문자 보내주시면, 저희가 잘 모아뒀다가 교수님께 전해드릴게요. 그럼, 오늘도 문자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장재숙 :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사회가 정해놓은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3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한 동안 쭉 솔로로 지내다, 이러다 정말 연애세포가 다 죽을 것 같아 얼마 전, 연애를 시작했는데요. 그는 20대 중반!! 스물다섯입니다. 집에선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니, 서둘러 결혼이야기부터 재촉하는데 이제 막 취업 준비를 시작한 ‘아기’예요.
긴 기다림이 필요해 보이는 이 연애... 남자쪽에서도 제가 다짜고짜 결혼 생각부터 하고 있다는 걸 알면 꽤 부담스러워 할 것 같구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현지 : 지금 여성분은 30대 후반, 남성분은 20대 중반... 나이차이가 꽤 나네요.

장재숙 : 아무래도 청취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남자친구에게 기다림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의 주제도 로 잡아봤습니다.

조현지 : ‘기다리는 것’. 저는 잘 못하는 편이라 왠지 오늘 많이 배우고 갈 것 같은데요. 방송 듣고 계신 여러분들도 연애 중 기다림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 있으시면, 문자 보내주세요.
장재숙 : 예전에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혼남녀 대부분은 상대의 조건 중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이상 만나려고 하지 않아 좋은 성격을 보여줄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 있을 텐데요. 조현지 아나운서는 어떤가요?

조현지 : 당연히 있죠. 아무래도 소개팅 할 때, 사진 먼저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보니까요. 교수님은요?

장재숙 : 저는 어쩜 이렇게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는지 모르겠어요. 친구가 자기가 사귀는 사람만 없었어도 그 남자랑 잘 해봤을 거라며 그만큼 멋진 남자를 소개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남자를 만났는데 제가 키가 큰 편이다보니 나보다 작은 남자는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탓에 ‘키가 작다’는 사실에만 꽂혀서 친구가 칭찬했던 그 남자의 모습을 살펴볼 생각도 안했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170이 넘는 여자 분과 결혼을 했더라구요. 두 사람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여자와 나는 무슨 차이가 있었던 걸까? 바로 ‘기다림’이었던 거죠.
그 여자의 눈에도 분명 그 남자의 작은 키가 보였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작은 키에 가려져 보지 못하는 부분은 없는지 그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 그녀는 본 거죠. 그 남자가 키만 작을 뿐, 얼마나 성격 좋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인지 말이죠.

조현지 : 그렇군요. 지금 그 분이 이 방송을 들으실 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결국, 외모로만 상대를 평가하지 말고, 상대의 내면을 알 수 있는 시간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장재숙 : 네~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으로 제가 느낀 게 있다면, 키만 큰 사람보다 키만 작은 사람이 훨씬 멋진 사람이라는 겁니다.

조현지 : 또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장재숙 : 연락이 잘 되지 않을 때도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연락이 안 되면, 물론 걱정되는 마음에서 그런 거겠지만, 수십 통씩 부재 중 전화 찍을 때 있잖아요. 그러다 통화가 되면 막 짜증내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고, 부재중 전화가 찍혔어도 전화가 없다는 건 또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건데, 이럴 때 상대의 반응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상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죠.

조현지 : 맞아요. 주변에 보면,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덜거리는 분들도 종종 있더라구요.

장재숙 : 좀 더 심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전화를 자주 하는 여자친구. 어떨 땐 숨소리라도 듣고 싶다며 새벽에 전화해서 4, 5시까지 전화를 끊지 않는데 어떻게 하죠?’ 라는 고민이었습니다.

조현지 : 어머나..정말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재숙 : 많은 학생들이 그런 답변을 해줬어요. ‘연락의 횟수에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연락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정말 그렇죠. 여기서도 기다림이 필요한데요. 아무리 목소리가 듣고 싶고, 숨소리가 듣고 싶어도 그 상황이 적절한 때가 아니라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제안을 했어요. 차라리 잠잘 때 나오는 내 숨소리를 녹음해서 그 소리를 선물해주는 건 어떨까. 그럼 여자 친구가 내 숨소리가 듣고 싶을 때 아무 때나 틀어놓으면 되는 거잖아요. 하하.

조현지 : 그거 정말 좋은 방법인데요. 일종의 ‘목소리 선물하기’가 될까요?! 얼마나 남자친구를 사랑하면, 숨소리까지 듣고 싶다고 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그건 좀 심했다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장재숙 : ‘기다림’이 필요한 경우는 또 있습니다. 주변에 보면 ‘한 순간도 애인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죠. 연애라는 게 끝나고 나면, 다음 연애가 시작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연애할 때 나의 어떤 모습이 문제였고, 어떤 부분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더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심하게는 ‘나 조금 있으면 헤어질 것 같으니까, 소개해줄 사람 있는지 빨리 알아봐줘’ 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이럴 때는 연애하지 않고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본인이 직접 경험해봐야 합니다. 즉, 힘들더라도 헤어진 후 바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거죠. 경험해본 적 없기 때문에 두려울 수 있지만, 막상 그 시간을 가져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왜 필요한지 느끼실지도 몰라요.

조현지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제 주변에서도 보면, 끊임없이 쉬지 않고, 연애하는 사람들 있거든요. 헤어졌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은 것 같은데, 다시 또 누군가를 사귀고 있더라구요. 어떤 땐 ‘능력도 좋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장재숙 : 좋게 보면 그만큼 빠른 정리와 새로운 시작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그저 같은 헤어짐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랑은 한 순간도 같은 순간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계도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적어도 헤어짐 이후에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건 필요해보입니다.

조현지 : ‘20대 후반의 직장인 남성입니다. 저는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닌데 연애를 할 때마다 항상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귀다가도 배우자로서 아닌 것 같으면 그 연애는 바로 끝내버리는 편인데요. 이런 생각 때문인지 점점 연애가 어려워집니다.’
교수님, 이 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재숙 : 사랑할 때 결말을 미리 정해두고 시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랑의 목표가 생긴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사랑의 결말을 미리 정해두고 시작하는 연애는 사랑의 감정을 방해하기 쉬운데요. 사람 일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할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채워준 사람이니까, 그 이유만으로도 연애의 의미, 충분하지 않을까요? 사랑의 결말을 미리부터 정해두시지 말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원하는 그 결말을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조현지 : 기다림 얘기를 하니까, 여기서 잠깐 이런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연애 때문이든, 다른 일 때문이든,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떤 생각으로 그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까요? 예를 들면, ‘난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생각으로 기다려봤다’라고 해야 할까요?

장재숙 :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택시가 한 대도 보이지 않을 때는 “설마, 오늘 안에는 오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요. 중요한 강연이 잡혀 있는 날, 부담감이 클 때 “그래도 주말은 온다”, “강의 못한다고 설마 날 죽이겠어?” 이런 식으로 기다림을 좀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드려고 합니다.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을 살았지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기다린다는 건, ‘지루하고 손해 보는 느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기다리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맛집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분들, 고백한 후 답변을 기다리는 분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분들, 기다림 이후에 오는 결과도 소중하지만, 내가 어떤 마음,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다림을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조현지 : 맞습니다. 한 청취자님께서도 ‘연애할 때든 결혼한 후든 인내심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보내주셨는데요. 정말 공감 가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남녀노소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학 특강! 동국대학교 장재숙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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