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귀로 배우는 연애]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희생보다는 헌신적 사랑!

2019.07.01 오후 02:24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장재숙 동국대 교수

[귀로 배우는 연애]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희생보다는 헌신적 사랑!

사랑을 하다 보면요.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닭다리 앞에서만큼은 부모, 형제도 없었던 내가 상대방을 위해 닭다리 두 개를 다 내어준다든지, 내 방 청소는 절대로 안 하는 내가 여자 친구의 자취방에선 영락없는 우렁 신랑이 되는 일, 뭐 이런 것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도 지속하다 보면요.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부담과 가식만 남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을 하다 나를 잃어버린 분들! 오늘 이 시간, ‘나’를 찾아가세요.
남녀노소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학 특강! 이번 주도, 동국대 장재숙 교수와 함께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교수님, 안녕하세요.

장재숙 동국대교수 (이하 장재숙): 안녕하세요

조현지 : 교수님도 이런 적 있으세요? 상대방을 위해서 원래 내가 안 하던 것까지 하게 됐던 적?

장재숙 : 아, 저는 그런 것도 부지런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없는 것 같아요. 하하.

조현지 : 저는 반대의 경우가 있었어요. 상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나 편하게 좀 할게.’라고 하는데, 저는 순간적으로 ‘뭐지? 그럼 지금까지의 모습은 다 가식이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장재숙 :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처음부터 서로의 모습을 잘 이해해주고 자기를 잃지 않는 사랑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요. 오늘은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청취자 여러분들의 스트레스를 먼저 낮춰드리려고 합니다.

조현지 : 뭔가요? 이번 주 불볕더위가 예상된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요. 지금도 불쾌지수가 꽤 높거든요?

장재숙 : 더위가 또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죠. 아쉽게도 이 방법은 부부 중 아내의 스트레스만 낮춰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부부가 함께 이 방송을 듣고 계신다면, 잠깐만, 남편이 아내의 손을 잡아보시죠. 에서 손을 잡아주는 행동이 스트레스를 받은 여성들에게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연구를 했는데, 놀랍게도 남편이 아내의 손을 잡아주는 행동만으로도 아내의 스트레스 수준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조현지 : 그럼 아내도 남편의 손을 잡아주면, 남편의 스트레스가 쭉~ 풀리는 건가요?

장재숙 : 아쉽게도 아내가 남편의 손을 잡아줬을 때의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조현지 : 정말 흥미로운 결과네요.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지금 딱 10초만 시간 내셔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퇴근 후에 남편에게 제 손을 살짝 내밀어봐야겠어요.

조현지 : 그럼 오늘 의 마중 문자! 교수님이 또 소개를 좀 해주시죠.

장재숙 : 저는 현 남자친구와 3년째 연애 중입니다. 제 남자친구는 '여자는 단발이다! 여자는 바지다!'라는 조금 특이한 사상이 있어요. 처음엔 긴 생머리에 원피스를 좋아하는 여타 남자들과 다른 것 같아 그마저도 새롭고 멋있어 보였는데요. 벌써 3년째, 바지만 입고 단발만 고수하는 제 자신을 보니 문득 이 연애에 나 자신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가 주체가 됐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겉모습만 남은 기분이랄까요?

조현지 : 보통은 남성분들이 긴 생머리에 원피스를 좋아한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데, 이 분의 남자친구는 단발에 바지. 독특하긴 하네요.

장재숙 :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매력에 끌렸던 것일 수도 있는데요. 이제는 남자친구한테 터놓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스타일대로 좀 바꿔보려고 한다고요.

조현지 : 오늘 주제도 이 문자랑 관계가 있다고요.

장재숙 : 네, 오늘 주제는 “내가 없는 사랑”, 즉 관계에도 소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 전에 제가 조현지 아나운서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1+1은 뭘까요?

조현지 : 귀요미? 하하 농담이구요. 저는 원플러스원, 하면 젤 먼저 반값아닌가? 사야지. 이 생각했거든요.

장재숙 : 하하. 알뜰한 현지씨네요. 1+1이 수학에서는 2가 맞지만, 연애 관계에서는 1+1=3이 정답입니다. 왜? 연애할 때 ‘나’와 ‘너’가 만나서 ‘우리’가 되는 거잖아요. 흔히 ‘우리’를 중요시한 나머지 나와 너의 존재가 사라질 때도 있는데요.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자칫 ‘내가 없는 사랑’을 하시게 될까 봐 그런 거죠.

조현지 : 사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도 그렇고... 요즘 젊은 세대는 ‘나를 더 챙기는 사랑’에 익숙할 것 같은데요. 방송 듣고 계신 청취자 여러분 중에 이 같은 고민 있으신 분들 문자 보내주세요.

장재숙 : 과거에 비해서는 나 자신을 챙기는 모습이 비교적 많이 나타나고 있죠. 하지만, 이 부분 역시도 개인차가 커서 여전히 ‘내가 없는 사랑’을 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고민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늘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뭐든 해줄 수 있는 만큼 다 해주려고 하는데요. 막상, 연애가 끝나고 나면 연애하는 동안 내 인생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고, 내가 준 사랑만큼 돌려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상처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 사랑이 잘못된 걸까요?

조현지 : 아, 저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어서 너무 공감돼요.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대에게 나만큼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거니까. 더더욱 서운하죠.

장재숙 : 사실 온 힘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도 그렇고요. 다만, 저는 이런 경우 그 사랑이 희생적인 사랑인지 헌신적인 사랑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희생적인 사랑’은 내 모든 걸 다 쏟아붓는 사랑이다 보니 그만큼의 보상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헌신적인 사랑’은 내가 내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사랑을 준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에 연연해하지 않죠. 그저 내가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쁜 거죠. 그래서 이런 경우, 희생이 아닌 헌신적인 사랑을 하라고 말해주죠. 무엇보다 희생적인 사랑의 가장 큰 단점은 결국, 그 관계에서 내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조현지 : 결국, 희생과 헌신의 차이는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느냐, 내가 줄 수 있는 만큼만 주었느냐의 차이군요.

장재숙 :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랑은 연인 사이만 해당하는 건 아니에요. 부모-자녀관계에도 해당됩니다.

조현지 : 그럴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보면 자식의 선택이 부모 마음과 다를 때, 또는 부모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흔히 부모님들 이런 말씀하시잖아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것도 결국 ‘내 인생을 바쳐 너를 키웠는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라는 심정이랄까요? 희생적인 사랑의 결과일 수 있겠네요.

장재숙 : 그렇습니다. 부모님들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말하면, 이런 말 하는 자식들도 있어요. ‘내가 나만 바라보고 키워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라고 말이죠. 참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그만큼 자식 입장에서는 자식만을 위해 살아오신 부모님의 삶이 안타까운 마음도 있는 거죠.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부모가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조금씩이라도 챙겨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조현지 : 정말 그러네요. 갑자기 부모님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뭉클해지는데요. 자식만을 위해 살아오신 부모님께 자식으로서 효도할 수 있는 방법, 뭐 새로운 거 없을까요?

장재숙 :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꼭 효도하겠다는 말씀 많이 하시는데요. 그것보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요. 부모에게 자녀는 젊은 날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대상이기도 하죠. 많은 부모님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시면서도 내심 ‘나도 저런 것 좀 한번 해 봤으면’ 하는 마음도 갖고 계시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요즘 핫한 문화들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방학 때 제주도 가서 1주일 살아보기 이런 것도 친구들 대신 부모님과 해보는 거죠. 또, 학교 축제 때도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축제를 즐기는 것도 좋고요. 저도 더위가 한 풀 꺾이고 나면, 부모님 모시고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오려고 해요. 같이 한복 입고 사진 찍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요.

조현지 : 저도 조만간 부모님 모시고, 대학로라도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어쩌면,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각자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해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장재숙 : 그럼요. 그래서 저는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관계에도 소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실제 한 연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기 자녀 집단과 독립해서 살고 있는 집단 중에서 누가 더 부모와 관계가 좋은지를 조사했는데요.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는 자녀가 부모님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그만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서로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든 그만큼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의미하는 거겠죠.

조현지 : ‘관계에도 소식이 필요하다’는 말 좋은데요. 무엇이든 적절한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교수님 마무리멘트 해 주시죠.

장재숙 : 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부부간 대화를 나눌 때 ‘나’와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쓸수록 문제해결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반면, 당신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부부는 대화에서 부정적 어조가 더 많이 나타났고, 만족감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는데요. 오늘 연인 간에, 또 부부간에 대화 나누실 때 ‘나’ 그리고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조현지 : 그렇군요. 지금까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사랑학 특강! 동국대학교 장재숙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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