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선시대 궁궐에서 화장실 대발견...그런데?

2021.07.08 오후 09:22
[앵커]
경복궁에서 150여 년 전 조선 시대 궁궐 화장실 유적이 처음 발견됐습니다.

화장실은 필수 시설이어서 언젠가 발견되리라 여겨졌지만, 놀라운 건 과학적 정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겁니다.

이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복궁 왕세자의 공간, 동궁 권역입니다.

이곳에서 고종 5년, 1868년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화장실 유적이 발견됐습니다.

가로 10.4m에 너비 1.4m 깊이 1.8m의 큰 구덩이입니다.

바닥과 벽면은 돌과 진흙을 이용해 꼼꼼하게 방수를 했습니다.

회충, 편충 등 기생충 알이 대거 나왔고 가지, 들깨, 오이 씨앗과 각종 꽃가루, 소머리뼈가 출토됐습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물을 이용해 미생물 발효를 유도하는 현대 정화조와 원리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바닥에서 50cm 위, 낮은 곳에 있는 입수구로는 악취 유발 없이 물이 계속 흘러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분변이 발효된 뒤 가라앉으면, 퇴비로 이용했습니다.

그 위에 고인 오수는 사람이 퍼냈고, 비가 많이 오더라도 높게 위치한 출수구로 빠져나갔습니다.

[오동선 /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이 입수구의 바닥면이 출수구보다 80cm 정도 가량 낮게 만든 것이 구조적으로 굉장히 효율성이 높다고 하는 부분, 물이 넘쳐 나갈 때 일부 정화된 물이 나간다는 점.]

실제 구덩이 밖에서는 기생충알이 나오지 않아 위생적 구조임이 확인됐습니다.

익산 왕궁리와 경주 등지에서도 화장실 유적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정화 시스템이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장훈 / 한국생활악취연구소 소장 : (국내외 화장실 유적은) 다 물을 이용해서 버려지는 문화였습니다. 이렇게 버리지 않고 모아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여기가 처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화장실은 한꺼번에 10명, 하루 150명 정도가 이용 가능했습니다.

임금 등 주요 인물은 매화틀 같은 이동식 변기를 이용해, 화장실은 궁녀와 군사 등 직원용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 궁궐은 중심 권역 위주로 발굴이 이뤄졌기 때문에 주변부에 있었던 화장실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YTN 이승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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