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전세계적이 화제작 '오징어 게임'의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뿌리 깊은 재정적 부패와 인종차별을 이유로 골든글로브에 여전히 보이콧 태도를 유지중이며, 이번 후보 발표에도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발표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서 '오징어 게임'이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오징어 게임'은 '텔레비전 시리즈-드라마 작품상'을 비롯해 '텔레비전 부문 남우주연상'(이정재)과 '텔레비전 부문 남우조연상'(오영수)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제작 드라마가 미국 양대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백인 위주 시상식으로 자자한 골든글로브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지에서는 골든글로브의 후보 발표에 싸늘한 태도를 고수중이다. 주요 방송사에서 앞다퉈 생중계하던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가 올해에는 유튜브 중계로만 그친 것은 물론, 여러 할리우드 스타들이 앞다퉈 출연했던 후보 발표를 영화나 TV시리즈와는 무관한 래퍼 스눕독 한 명만이 등장해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설명한다.
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할리우드가 집단적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앞서 지난 2월,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의 비윤리적인 부패 스캔들이 한 언론사에 의해 폭로되며 극렬한 보이콧 운동이 발발했다. 언론사에 따르면 HFPA는여러가지 경로로 부정 임금을 지급해왔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뿐만 아니라 HFPA 회원 중에 흑인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은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등 흑인 배우들이 주요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의 기자회견을 거부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인종차별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HFPA는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새 대표를 선임하는 것을 시작으로 13명의 흑인 회원을 포함해 신규 회원 20명을 추가하고, 다양성과 성희롱 교육이 보장되는 새로운 행동강령을 추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계는 HFPA 측의 개혁안에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쏟아내며 보이콧 운동을 철회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스튜디오, 워너 미디어 등의 공룡기업들과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들을 고객으로 둔 100여 개의 내로라하는 퍼블리시티들이 일제히 골든글로브를 보이콧하면서 여파가 더욱 거셌다.
특히, 골든글로브에서 무수한 수상작을 배출한 넷플릭스는 "HFPA가 유의미한 개혁안을 마련할 때까지는 이 조직과의 협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올해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 게임'이 골든글로브의 주요 부문에 올라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등이 출연한 드라마는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넷플릭스 최고 흥행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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