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틀리에 Y] 삶이라는 거대한 전장, 그 본원적인 에너지의 기록 - 이준원 작가

2026.05.22 오전 09:48
2026년 5월 아트스퀘어 – 이준원 작가 초대전
5월 1일(금) ~ 5월 31일(일)
장소 : 상암동 YTN뉴스퀘어 1층 아트스퀘어
우리 모두는 매일 각자의 전장(戰場)으로 출근한다. 이준원 작가는 그 치열한 삶의 현장을 '전장(戰場)'이라는 키워드로 캔버스 위에 옮겨 놓았다.
그는 죽음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원시적 에너지를 탐구해 왔다. 고대 전사들의 페이스 페인팅과 전쟁터의 흔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의 작품들은 스케치 없는 즉흥적인 붓질로 완성되어, 여과 없이 순도 높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완전한 추상의 망망대해 대신, 화면 속에 등대처럼 심어둔 손과 발, 태양 같은 기호들은 우리의 감각과 기억을 자극하며, 정답이 없는 반추상의 화면은 감상자에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자유를 선물한다.

가장 인간다운 발버둥이자 본원적인 의지를 담아낸 이번 전시로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내던 뜨거운 에너지를 다시 느껴보는 건 어떨까.

2026년 5월 YTN아트스퀘어의 주인공, 이준원 작가의 작품은 5월 31일까지 YTN뉴스퀘어 1층 아트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 다음은 이준원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전시 주제와 준비 과정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이번 전시 주제는 '전장(戰場)'입니다. 삶의 현장성, 그 치열함 같은 걸 담고 싶었거든요. 사실 제 작업이 오래전부터 죽음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 그 원시적인 에너지를 주제로 해왔는데, 그게 결국 '전장'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이더라고요. 삶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전장이니까요.

그리고 전시 장소가 회사 로비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곳을 오가는 분들에게 이 공간 자체가 그들만의 전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니까, 그 정서랑 잘 맞겠다 싶었어요.

작품은 이번에 7점을 가져왔는데, 중앙에 100호짜리 '스피리츄얼(Spiritual)' 3연작, 그리고 검정 바탕의 '발타모르(Balthamor)' 연작과 '내면의 춤', '푸른 토템'으로 구성했어요. 작품마다 제목이 따로 있기는 한데, 사실 다 하나의 세계관에서 나온 부산물이에요. 색깔도 다르고 형상도 다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발타모르 Balthamor, 91.0 × 117.0cm, Acrylic on canvas, 2025

Q. 작품 속 형상들이 독특하다.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고대 전사들이 전장에 나가기 전에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몸에 새겼던 페이스 페인팅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때 폭격기 동체에 병사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도요. 고향에 두고 온 연인을 그리기도 하고, 미키 마우스가 폭탄을 들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그게 다 죽음을 앞둔 병사들이 그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남긴 흔적들이더라구요. 다양한 종교화에서도 영향을 받았고요. 공통점은 죽음을 가까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남긴 얼룩들이에요. 여행하면서 그런 강한 에너지가 담긴 물건들, 가면 같은 것들을 수집해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Q. 스케치 없이 즉흥으로 작업한다고 들었다.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면.

즉발적인 에너지를 담고 싶어서예요.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구도를 잡는 과정이 많아질수록, 처음 영감의 에너지가 소실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마치 신호가 여러 단계를 거칠수록 약해지듯이요. 스케치를 해두면 머릿속에 또 다른 원본이 생기는 셈인데, 그런 거 없이 캔버스에 바로 담으면 그게 가장 순도 높은 원본이 되는 거 아닐까 싶었어요.

잭슨 폴록의 즉흥적인 작업 방식에서도 일부 영향을 받았어요. 다만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형상과 메시지가 살짝 드러나는 반추상 방식을 선택했어요.




Q. 완전한 추상이 아니라 '반추상'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완전 추상이면 망망대해 같은 느낌이거든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기준점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저는 거기에 등대 하나를 세워두고 싶었어요. 손이나 발처럼 인체에서 온 형상들, 그리고 인류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예를 들면 태양, 오래된 도구들, 막대기 같은 것들이 기호처럼 작품 안에 살짝 들어가 있어요. 딱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 그 지점을 유지하는 게 제 반추상의 핵심이에요.

대학 때 기호학을 배우면서 '기표'와 '기의'라는 개념을 재밌어하기도 했어요. 아랍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랍 문자를 보면 거기에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잖아요. 의미는 몰라도 형상 자체가 어떤 에너지를 발산하는 거죠. 저는 그게 그림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형상들, 그런 오브제들을 작품 안에 녹여두는 거예요. 일일이 다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 형상들이 보는 사람 안에 있는 어떤 기억이나 감각을 건드려주길 바라는 거죠.



▲ 스피리츄얼 Spritiual, 112.0 x 162.0cm, Acrylic on canvas, 2025

Q.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중앙에 나란히 걸린 '스피리츄얼(Spiritual)' 3연작이에요. 100호 크기 작품 세 점이 함께 걸렸을 때, 하나의 현장이 펼쳐지는 느낌이 나거든요. 저는 이런 걸 '추상 서사'라고 표현하는데, 구체적인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어떤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그 느낌이요. 한 점 한 점도 작품이지만, 연작으로 걸렸을 때 그 현장성이 특히 더 살아요.




Q.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경험이나 전환점이 있었다면?

어릴 때부터 예술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피카소 화집 같은 걸 보며 자랐어요. 자연히 화가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에 치이다 보니 디자인과로 가고, 광고로 가고, 회사를 다니다가 사업까지 했어요. 꿈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었죠.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과녁이 있다면 정중앙을 맞추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리스크가 있더라도 지하에 화실을 차리고 작가로 시작하게 됐어요. 돌아보면 대학 때부터 '진실'과 '원시'라는 두 키워드가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온 셈이죠.



▲ 내면의 춤 Inner Dance , 73.0 × 91.0cm , Acrylic on canvas, 2023

Q.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현대사회에서 문득 잊혀 가는 원시적인 에너지를 다시 느껴보셨으면 해요. 무언가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 그 발버둥이 가장 인간다운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장인이든 운동선수든 군인이든, 각자의 삶 안에서 누구나 느끼는 거잖아요. 어떤 영화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길을 찾을 것이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가장 인간답다고 생각해요. 동물은 먹이가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지만, 인간은 기어이 극복하려 하잖아요. 그 본원적인 의지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 푸른 토템 Blue Totems, 73.0 × 91.0 cm, Acrylic on canvas, 2022

Q. 로비를 오가는 많은 이들에게 작품 감상 팁을 준다면?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작품이 반추상이라서, "이거 뭔가 닮은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네" 하는 그 긴가민가한 지점 자체를 즐기시면 됩니다. 그냥 지나치다가 멈추게 되는 순간, 이미 작품이 말을 걸어온 거예요. 조금 더 관심이 간다면, 작품 안에 기호처럼 숨어있는 오브제들을 찾아보세요. 손이나 발, 태양, 고대의 도구 같은 것들이 은연중에 드러나 있거든요. 그냥 보는 것에서 시작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가시면 됩니다.


Q.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어디서 전시하고 싶다는 식의 목표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어떻게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주제는 그대로예요. 오래전부터 가지고 온 주제라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고요. 다만 같은 주제를 더 효과적으로, 더 순수하게 담아낼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찾고 싶어요. 숨 고르기를 하면서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