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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백'은 죄가 없다... 홍명보 감독의 위험한 실험

2026.04.01 오후 02:55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아직 뭔가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근호 해설위원의 냉철한 평가는 한국 축구의 현실을 관통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대표팀이 한국 시간 오늘(1일) 새벽 열린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에서 0대 1로 졌습니다. 사흘 전 코트디부아르에는 0대 4 대패를 당했습니다. 2경기 무득점, 5실점.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참담합니다.

스코어 너머 내용은 더 심각합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까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A매치였습니다. 그 곳에서 한국 대표팀은 방향성을 잃은 채 여전히 '자신의 것'을 찾고 있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치르는 동안 포백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4-2-3-1이나 4-1-4-1을 전략적으로 오가면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예선이 끝나자마자 홍 감독은 방향을 틀었습니다.

2025년 7월 동아시안컵에서 홍 감독은 "처음부터 스리백을 구현하는 것을 계획했고 현재 실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지는 분명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팀들을 상대로 수비에 무게를 두고, 양쪽 윙백의 공격력을 활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홍 감독은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는 절대 한 가지 전술(포백)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스리백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술적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 자체는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흘러온 과정입니다.

동아시안컵을 포함해 A매치 7경기 연속 같은 전술이 이어졌습니다. 동아시안컵 당시엔 중국에 3-0, 홍콩에 2-0 승리를 거뒀지만 일본에 0-1로 져 우승을 놓쳤고, 지난해 10월 브라질전에서는 0-5 참패를 당했습니다. 플랜B로 꺼내 든 스리백은 어느덧 플랜A로 굳어진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완성도는 여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리백 전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 가지 축이 맞물려야 합니다. 수비 조직력, 빌드업 체계, 윙백 운영입니다. 홍명보호는 현재 이 세 가지 모두에서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첫째, 수비 조직력입니다. 스리백은 3명이 하나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간격 유지, 라인 조율, 커버 섀도잉이 호흡처럼 맞아야 안정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안정감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반전에 조유민-김민재-김태현으로 구성된 스리백을 가동했지만, 코트디부아르 데뷔전을 치른 신인 공격수에게 스리백 한 축이 허물어졌습니다. 조유민의 치명적인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지는 등 소집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의 조직력은 모래알 같았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스피드와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측면을 허물었고, 파이브백을 형성했음에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만 슈팅 9개를 내줬습니다. 수비 인원을 늘렸음에도 수비 안정을 이루지 못한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둘째, 빌드업 체계입니다. 스리백의 핵심은 단순히 수비수를 한 명 더 세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중앙 센터백이 볼을 배급하고, 미드필더가 연결하며, 윙백이 전진하는 유기적 흐름이 필요합니다.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패스 길목이 막히면서 의미 없는 골키퍼 롱볼로 소유권을 넘겨주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빌드업의 설계도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셋째, 윙백 운영입니다. 스리백에서 윙백은 가장 혹독한 포지션입니다. 수비 시에는 풀백, 공격 시에는 윙어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야 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스리백에서는 공격 시 좌우 윙백을 높은 위치까지 보내고, 측면 윙포워드를 중앙으로 좁혀 페널티 박스 안 숫자를 늘리는 구조를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윙백을 활용한 공수 전환이 원활하지 않았고, 수비진의 포지셔닝과 라인 간 소통도 흔들렸습니다. 공격형 윙어를 윙백에 그대로 기용하는 것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전과 오스트리아전의 경기 운영 방식은 달랐습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양쪽 풀백이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전방 압박 전술이었고, 22분 쿨링브레이크 타임 이후 코트디부아르가 뒷공간을 뛰어들어가는 방식의 공략법으로 한국의 스리백을 무력화 시켰습니다. 이 부분을 홍명보 감독도 인지했는지 오스트리아전은 코트디부아르 전과는 반대로 양쪽 풀백들을 내려앉히는 전술을 이용했습니다. 이 부분에서의 문제는 수비 전술의 특징이 결국 빠른 역습을 통해 경기 흐름을 한 번에 뒤집고자 하는 것인데 의도했던 빠른 공수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술 실험의 대가는 공격진이 치렀습니다. 스리백 전술 고집의 여파가 공격 자원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습니다. 황희찬뿐 아니라 엄지성도 단 1분도 뛰지 못했고, 배준호, 양민혁, 양현준 등 공격 자원풀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수비 숫자를 늘리는 대신 공격의 다양성을 잃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비는 무너졌습니다. 얻은 것도, 지킨 것도 없는 셈입니다. 여기에 손흥민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대표팀의 핵심 자원조차 현재의 전술 안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홍명보 감독의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한 가지 전술을 반복 훈련해 체화시키는 것은 축구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검증된 방법입니다. 홍 감독은 "당장 포백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우리가 더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전 이후 홍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과 비교하면 선수들이 많이 성장한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수비 조직력 개선에 일정 부분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결과는 0대 1 패배였지만, 0대 4 참패에 비해 훨씬 나은 수비 안정감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월드컵까지 두 달.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 A조에서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와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습니다. 조별 상대 중 아프리카팀인 남아공을 의식해 치른 코트디부아르전에서 0-4를 당했다는 사실이 뼈아픕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새 감독이 새 판을 짠다는 마인드로 마지막까지 변화의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스리백의 완성도를 월드컵 본선 전까지 끌어올리든, 선수 자원에 맞는 전술 병용을 재검토하든, 어떤 선택이든 지금보다는 더 명확한 방향이 필요합니다.

스리백 전술은 죄가 없습니다. 잘 만든 옷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본만 해도 쓰리백 전술로 브라질에 이어 축구 종가 잉글랜드마저 잡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체형에 맞지 않으면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불편합니다. 지금 홍명보호의 스리백이 딱 그 모습입니다. 억지로 껴입은 듯 어색해 보입니다.

쓰리백 전술로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클럽 대항전 정상에 오른 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모두 전술을 충분한 시간 동안 반복 훈련해 체화한 상태에서 대회에 임했습니다. 둘째, 윙백 포지션에 체력과 전술 이해도를 겸비한 전문 자원을 두었습니다. 셋째, 중원 장악을 책임질 수준급 미드필더(캉테, 마티치, 피를로 등)가 뒷받침됐습니다.

홍명보호의 스리백이 이 세 가지 조건을 두 달 안에 얼마나 갖출 수 있느냐가 북중미 월드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찾고 있다'는 말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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