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여름 장맛비에 이어 이번 가을 호우도 200년 만에 내릴 법만 기록적인 호우였다는 기상청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번 호우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 사이에서 만들어진 정체전선에 태풍급 비구름이 더해지며 비구름을 더 폭발적으로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게 원인이었습니다.
정혜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1일 새벽,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쏟아진 창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여름도 아닌 가을철, 그것도 10월을 앞둔 9월 하순에 장마철보다 더 많은 비가 쏟아진 겁니다.
호우를 감당하지 못한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도심 전체가 마비됐습니다.
21일 하루에만 창원에 내린 비의 양은 무려 397.7mm, 공식적인 1시간 최다 강수량은 104.9mm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은 이날 창원 호우는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정도의 강한 호우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기선 / 기상청 예보관 : 21일 창원에 내린 강수량은 일 강수량 기준으로도 그리고 한 시간 강수량 기준으로도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확률입니다.]
이외 지역도 진도에서 시간당 112.2mm의 극한 호우가 기록됐고, 해남과 서산에서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수도권에서도 화성에서 시간당 66.5mm의 강한 비가 내리는 등 시간당 60mm 이상의 극한 호우만 전국에서 무려 50차례 이상 기록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누적 강수량은 19일부터 21일 사이 제주 산간이 무려 800mm에 육박했습니다.
200년 빈도의 호우가 내린 창원은 500mm가 넘는 비가 기록됐고, 여수도 400mm가 넘는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서산과 속초에서도 200에서 400mm 사이의 비가 내리는 등 곳곳에서 9월 기준 지역 강수량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한 곳이 많았습니다.
이 같은 기록적인 가을 호우의 가장 큰 원인은 정체전선과 태풍급 비구름입니다.
이례적 가을 폭염으로 한반도가 뜨겁게 달궈진 가운데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며 한반도에는 강한 정체전선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남해안으로는 남쪽 수증기가 공급되며 지형적인 영향으로 강한 비구름이 형성됐는데 금요일 밤부터 주말 새벽 사이 정체전선이 남하하고, 태풍급 비구름에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정체전선을 더 발달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겁니다.
또 마지막으로는 정체전선과 태풍급 비구름이 만나 주말 밤까지 막판 호우를 쏟아부으며 기록적인 강우량을 남겼습니다.
[공항진 / YTN 재난자문위원·충북대 객원교수 : 북쪽의 찬 공기가 강하게 밀려오면서 우리나라에 남아 있던 더운 공기와 아주 심하게 충돌했어요. 그래서 2차 장마 또는 가을장마로 표현되는 정체전선이 생긴 건데, 이 정체전선 발달의 기폭제가 된 것은 중국에 상륙한 태풍이죠. 이 태풍이 열대저기압으로 약해졌는데 태풍 '풀라산'이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면서….]
이례적 가을 호우는 태풍급의 강한 비구름이 빠르게 남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가며 고비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지형적인 영향을 받는 동해안에는 하루 이틀 비가 더 내리고, 해안가에는 너울성 파도와 강한 바람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해상에도 높은 파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내륙은 점차 맑은 날씨를 회복하겠고, 아침 기온이 내려가며 점차 일교차 큰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되찾을 전망입니다.
YTN 정혜윤입니다.
영상편집 : 송보현
디자인 : 박유동, 김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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