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오늘 부산 UN묘지에서는 한 캐나다인의 안장식이 열렸습니다.
61년 전, 한국전쟁 때 자신의 품에서 숨진 형 옆에 묻힌 건데요.
이 형제의 사연을 장아영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봄비답지 않은 폭우 속에 한국전쟁 참전 군인의 안장식이 거행됩니다.
주인공은 캐나다인 아치볼드 허시 씨.
그의 유골이 묻히는 곳에는 같은 성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형 조세프 허시 씨의 묘입니다.
동생 아치볼드는 1950년 한국전쟁에 참가했고 동생이 걱정된 형 조세프도 이듬해 한국으로 왔습니다.
같은 부대에 있었지만 만나지 못했던 둘은 1951년 가을, 형이 총상을 입고 목숨이 꺼져가던 순간에서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긴 세월, 자신을 대신해 형이 죽었다는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지냈던 동생의 마지막 소원은 형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데비 허시, 동생 아치볼드 허시의 딸]
"두 분이 매우 가까워서 거의 쌍둥이나 한 사람과 같았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종종 형인 조가 아직 살아있었더라면 제게 아버지가 두 분인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형제의 이야기가 캐나다 지역 언론과 국회를 통해 우리 정부에 알려지면서 예외적인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부부 합장만 허락하던 UN묘지의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형제 합장이 이뤄진 겁니다.
[인터뷰: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형제 두 분이) 다 참전해서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줬고 그 중에 형님은 6.25 전쟁에서 전사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지켜준 형제분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최상의 예우를 다해서..."
60여 년 전, 같은 땅에 있었지만 함께 있지 못했던 형제는 이제 자신들을 갈라놓았던 그 나라에서 영원히 함께 잠들었습니다.
YTN 장아영[j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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