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조직적 중고 거래 사기 '사이트 피싱'...피해규모와 대책은?

취재N팩트 2022.11.14 오후 01:10
[앵커]
YTN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중고거래 사기'에 대해 연속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사기 범죄에 사용된 계좌와 아이디, 그리고 이들의 수법을 공개했는데요.

취재기자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홍성욱 기자!

먼저 중고 거래 사기에 이용된 특정 은행 계좌를 공개했죠?

[기자]
YTN은 중고 거래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공개했습니다.

모두 기업은행이고요.

취재 중 확인된 것만 11개입니다.

지금도 계속 늘고 있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논의 끝에 해당 계좌를 공개했는데요.

피해 금액은 적게는 수십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합니다.

처음 경찰에 신고된 게 지난달 5일입니다.

한 달 열흘 정도가 지났는데요.

해당 계좌에 사기를 당한 사람이 확인된 것만 645명입니다.

피해액을 합산하면 십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도 새로운 계좌는 계속 나오고 있고, 여전히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사기 이용 계좌 (2022년 10월 12일부터 최근까지)

기업은행 159 100764 01 019 서현○
기업은행 516 051600 01 016 김희○
기업은행 529 065358 01 017 김류○
기업은행 127 084600 01 014 최혜○
기업은행 0133 3300 197 김다○
기업은행 248 05 346601 014 김다○
기업은행 187 082530 02 017 배영○
기업은행 007 502899 01 010 문상○
기업은행 016 511088 02 011 김태○
기업은행 405 102512 01 018 배일○
기업은행 566-036847-01-011 곽은○

[앵커]
피해자들이 참 많네요. 사기 수법이 어떤가요?

[기자]
사기 수법 치밀했습니다.

네이버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주로 이뤄졌는데요.

시중가보다 물건을 더 저렴하게 올리고 카카오톡 대화를 유도합니다.

취재팀이 직접 구매를 시도해 봤습니다.

일단 거주지를 물어봅니다.

제가 강원도 춘천이라고 하자 자신은 경남 진주라고 하는데요.

물건 살 사람과 최대한 먼 곳에 산다고 말하고 택배 거래를 유도합니다.

그리고 대뜸 네이버 안전거래를 하자고 제안하는데요.

안전 거래 많이들 아실 텐데요.

가상계좌로 결제하고 제품을 받은 후 구매 확정을 하면, 네이버 측에서 판매자에게 송금해주고, 이상이 생기면 환급 처리되는 안전한 구조입니다.

실제 사기 판매자가 보내준 링크를 들어가 보니, 네이버 안전거래 결제 창과 판박이였습니다.

도메인 주소에 'NAVER PAY'라고 적혀 있고, 적립 혜택까지 비슷하게 만들어놨습니다.

하지만 비슷하게 만든 완전한 가짜입니다.

돈을 이체하면 수수료를 입금하지 않았다며, 추가 금액을 요구하고, 가상계좌에 일정 금액이 채워지지 않으면 환불이 어렵다며 다시 입금할 것을 요구하는 수법이었습니다.

일부 피해자는 환불을 받기 위해 돈을 계속 넣으면서 수천만 원을 사기당하기도 했습니다.

[중고 거래 사기 피해자 : 일단 웹 사이트 링크부터 '네이버 페이' 이런 식으로 되어 있고, 네이버 사이트랑 완전 똑같이 만들어놨어요. 그리고 네이버 페이 이거 하면 얼마까지 적립된다, 이런 식으로까지 다 정교하게 만들었어요.]

[앵커]
사기 거래에 사용된 계좌에 이어 아이디도 공개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들이 주로 범죄를 벌인 곳이 네이버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당근 마켓 등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사기꾼들이 주로 사용한 계좌에 이어 아이디까지 공개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사기꾼들이 주로 사용한 아이디인데요.

일부는 여전히 사기 거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저희가 공개한 계좌와 아이디 눈여겨보시고, 온라인 중고 거래 하신다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한 달 사이 확인된 피해자만 600명을 훌쩍 넘는데요. 피해를 막지 못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치밀한 범죄 수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고 거래 사기는 이제 더는 개인 간 물품 거래 사기가 아닙니다.

보이스 피싱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조직적으로 범죄를 벌이고 있습니다.

즉각적인 검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관계자가 이 같은 사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신지영 / 당근마켓 서비스 운영팀장 : 지난달 7일 행안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보다 보면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사기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거를 저희가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루트가 없습니다.]

[앵커]
적극적인 경찰수사가 필요한데요.

수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사건 초기 경찰 대처가 미흡했습니다.

전국에서 수백 건 똑같은 수법의 사기 범죄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이관하기 바빴는데요.

경찰 신고를 해도 전국에 퍼진 피해자 사례를 모집해 특정 경찰서 담당 수사관에게 이관, 배정하는 데는 3주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사기에 이용된 계좌 주인을 찾아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취재팀도 계좌 주인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된 줄 몰랐다며,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고 토로할 뿐이었습니다.

[A 씨/사기 이용 계좌 주인 : 기업은행에서 전화를 받아서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는 한 3주 전에 인식했고요. 그때까지는 사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고 워낙 안 쓰는 통장이라서 이해를 못 하고 있다가 그다음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사건을 인식한 상태고.]

사건이 배정돼도 정식 수사에 들어가기까지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강원 강릉경찰서에도 이관된 사건이 100건이 넘었지만, 사건을 접수만 받다 결국 강원경찰청으로 이관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한 달 전 신고한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인 한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과 통화했는데, 중고 거래 사기도 언론사 제보가 되는지 되묻는 등 실망스러운 답을 내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경북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 그게 제보가 되는 거예요? 하하하…. 피해자분이 좀 많으신가요? 전국적으로 지금 사건이 계속 들어오니까 그걸 모아서 한 번에 수사할 예정입니다.]

[앵커]
은행권의 대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초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범죄에 사용된 계좌 지급 정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은행은 특정계좌가 사기에 이용됐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지급정지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정됩니다.

중고거래 사기가 아무리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수천, 수억 원 피해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운데요.

피해자가 똑같은 계좌로 인한 사기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걸 확인하고 은행에 알렸지만, 불 보듯 뻔한 피해도 막지 못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 A 씨 : 수많은 사람이 이 계좌번호 하나로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많은 전화가 왔었을 텐데도 기업은행은 그거(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범죄에 동조하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기업은행 관계자 : 저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에 의거한 내용에 대해서 은행에서만 지급 정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상대방의 계좌로 지급 정지할 수 없습니다. 고객님.]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 A 씨 : 그러면 계속 피해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요.]

[앵커]
계좌 지급 정지 관련법 개정안, 이미 발의됐다고요?

[기자]
네, 지난해 발의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현행법은 보이스 피싱 등 사이버 금융범죄에 활용된 사기이용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인터넷 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의 계좌 지급 정지를 추가 허용해야 한다는 게 발의된 법안의 핵심입니다.

[전용기 / 더불어민주당 의원 : 계좌 정지가 되고 나면 추가 피해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 금액을 회수하는데에도 용이한 것이죠. 보이스피싱도 똑같지만, 이 금액들을 먼저 쪼개서 빼는 형태를 또 많이 봐왔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런 것들을 막아야 한다, 이런 거였습니다.]

하지만 통과되지는 못했습니다.

허위신고 등 부작용 우려 때문입니다.

허위신고 시 처벌 기준을 5년 이하 징역,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여전히 계좌 지급 정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편과 피해가 더 크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중고 거래 사기가 개인 간 물품 사기에 머무를 때의 일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현재 중고거래 사기는 전화금융사기와 똑같습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른바 신종 사기 범죄인 '사이트 피싱' 이라고 이름 붙이고, 정부와 경찰, 금융권의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강원취재본부에서 YTN 홍성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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