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독 항공우주연구원에서 통화녹음 무단 청취 사건..."녹음 잠깐 들은 걸 가지고 뭘"

2023.05.23 오후 06:36
[앵커]
내일, 우리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됩니다.

우주개발 산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어느 나라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우주개발 연구의 핵심이자 국가보안시설인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경비원들이 전화 통화를 무단 청취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관리 기관과 연구원 측은 기밀 유출이 없었다며 별일 아닌 것처럼 대응하고 있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항공우주연구원에서 특수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지난달 상급자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경비원들이 전화기를 도청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거였습니다.

[A 씨 / 특수경비원 :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다고 생각을 했지요. 전화기를 도청한다니 그런 게 세상에 어딨느냐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웃어넘겼지만, 머지않아 녹음 파일을 들은 사람까지 특정됐습니다.

[A 씨 / 특수경비원 : 전화기 옆에다 칩을 넣어서 녹음했답니다. 한 명은 정문 전화기에다 칩을 꽂았고 한 명은 본관 안내 데스크에다 칩을 꽂았다….]

경비를 담당하는 과학기술보안관리단은 도청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외부 전화를 받는 '안내 데스크'에서 자동 녹음된 내용을 잠깐 들어본 정도라는 겁니다.

법률 자문 결과 실정법 위반이 없었고, 구두경고 정도로 종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보안시설에 걸맞은 조사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관리단에서는 경비원들이 어떤 내용을 얼마나 들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당사자들과 소장의 진술만 받고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동료 경비원들은 다른 사람의 통화 내용을 함부로 들은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관리단 조사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B 씨 / 특수경비원 : 아무래도 이걸 그냥 조용히 덮으려고 하는 그런 것 같아요, 제 느낌에는. 그래서 확실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결국, 통화 내용을 무단 청취한 거로 지목된 경비원 2명에게는 업무 배제 같은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경비원들은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핵심 기지를 지키는 관리단에서 이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항우연과 국정원 등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들은 마지막으로 경찰에 정확한 무단청취 내역과 경위를 밝혀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촬영기자:장영한
그래픽:이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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