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과 점퍼를 벗어놓는 이른바 '과잠' 시위까지 벌어지며 논란이 됐던 경북대와 금오공대의 통합이 학생들의 극심한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정부가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사실상 국립대 통폐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거로 보입니다.
김근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학본부 앞 계단이 학생들로 가득 찼습니다.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백 명이 모였습니다.
경북대와 금오공대가 통합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반발하는 학생들입니다.
학과 점퍼, 이른바 '과잠' 시위에 이어 궐기대회를 열고 대학 측을 규탄했습니다.
반발이 커지자 대학 측이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발을 빼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습니다.
[김소원 / 경북대 총학생회장 : 교직원분들께 요청합니다. 학생 없이 결단하지 말고, 학생회 없이 결정하지 말아 주세요. 이 학교는 모두의 학교입니다.]
최근 부산과 충북, 강원 등 대학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마다 비슷한 마찰이 어김없이 반복됐습니다.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에 5년 동안 천억 원씩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이 불씨였습니다.
통합안을 내건 국립대학들이 모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겁니다.
이에 경쟁하듯 통합을 추진한 대학이 많았지만 대부분 학내 반발로 심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최은희 /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지난달 13일) : 통합을 추진하는 국립대학이 많이 (선정)된 게 사실입니다. 위원님들이 보실 때는 통합이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정말 주목을 하신 거 같고요.]
비수도권 국립대 상당수가 학령인구 감소와 경쟁력 약화 등 위기에 직면한 상황.
통폐합 자체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지만, 정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밀어붙이기식 통폐합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김상천 / 경북대 인권모임 홍보국장 : 독단적이고 또 아무런 통폐합에 관한 장기 비전 없이 그냥 졸속으로 일단 뭉치자, 이런 식으로 통폐합하면 유기적이고 화학적인 결합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통합이 되는 거 아닌가….]
대학들이 글로컬 사업 선정에 사활을 건 만큼 올해만 국립대 9곳이 통합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거듭되는 학내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다면 실제 통합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됩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촬영기자: 전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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