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농촌에 배치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말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죠.
불법 체류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게 현실인데요.
최근 몇 년간 무단이탈이 거의 없는 곳이 있습니다.
강원도 홍천군입니다.
비결이 뭔지, 지 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홍천군입니다.
서울 전체 면적의 3배.
우리나라 자치단체 중 가장 넓습니다.
전국 어디나 비슷하지만, 농사지을 젊은 사람 찾기 어렵습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그래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읍내서 멀지 않은 시골 마을 고추밭.
필리핀에서 온 계절근로자들이 붉게 익은 고추를 수확합니다.
뙤약볕 푹푹 찌는 하우스, 토마토를 따는 일도 이들 몫입니다.
[오말 아르까 / 계절근로자 (필리핀 출신) : (한국 생활 어떠세요?) 어렵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돈을 버니까….]
[이선범 / 고용 농민 (강원 홍천군 남면) : 대화만 좀 안 된다뿐이지. 재밌어요. 농담도 잘하고 장난도 하고. 저희 아들 또래거든.]
일할 외국인이 없으면 농촌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건 이젠 새삼스러운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 걱정되는 게 하나 있죠. 바로 불법 체류와 연결되는 무단이탈입니다.
올해 홍천에 들어온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1,200여 명, 강원도에서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무단 이탈자가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
작년엔 딱 2명, 재작년에도 없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잘 된 건 아니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92명 가운데 75명이 도심 공장 등으로 말없이 사라졌습니다.
이후 완전히 바꿨습니다.
아예 믿을 만한 사람을 뽑았습니다.
해외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지역에 거주 중인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청했습니다.
군청 직원이 해외에서 면접도 진행했습니다.
인력중개업자, 이른바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입국한 뒤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관리를 위해 해당 국가 공무원을 파견받고, 지역 거주 결혼 이민 여성을 통역 도우미로 고용했습니다.
[아그니스 / 통역 도우미 (강원 홍천군 직원) :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너무 더워. 그래서 요즘은 계절근로자가 아픈 경우가 많아요. (그 점을 도와주고 있어요.)]
예산을 배정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국내 적응을 위해 해외 현지에 어학당도 개설했습니다.
민원서비스 역시 바꿨습니다.
곳곳에 설치한 무인 민원 발급기가 대표적입니다.
결혼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베트남어나 필리핀어 등을 표기했습니다.
[신영재 / 강원 홍천군수 : 우리 농촌이 고령화되고 또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우리 농촌에서는 그 공간을 채워줄 사람들이 꼭 필요한데 지금 그 공간을 채워주는 분들이 외국인 계절근로자입니다.]
안정적인 인력 확보를 위해 앞으론 파견 근로자 국적도 더 다각화할 예정.
만성적인 농촌 인력난 속에 적극적인 자치단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정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YTN 지환입니다.
촬영기자 : 성도현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