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택배 기사의 카드 배송 안내부터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한 달 동안 정교하게 짜인 사기 각본에 1억 원 넘는 돈을 잃은 사례가 제주에서 발생했습니다.
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지능형 보이스피싱 실태를 KCTV 제주방송 김경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8일, A 씨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A 씨 명의로 발급된 카드가 배송된다는 택배 기사의 전화였습니다.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하자 은행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자 명의 도용 확인을 위해 원격 제어 앱을 설치하게 했습니다.
이후 A 씨 명의 계좌가 각종 범죄에 연루돼 조사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 직원과 검사까지 전화가 왔습니다.
수사 내용이 담긴 서류를 보내주며, 범죄와 무관하다는 걸 증명하려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고, 수시로 A 씨의 위치와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 약식 기소로 해줄 테니 당신의 혐의를 당신이 벗겨야 한다, 그래서, 내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러면서 최대한 협조하면서 증거를 남기려고….]
수사를 빌미로 한 달 넘게 이어진 연락.
하지만 택배 기사도, 금융기관과 수사기관 직원도 모두 가짜였습니다.
카드 배송을 미끼로 접근해 기관 사칭으로 이어지는 보이스피싱이었던 겁니다.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1억2천여만 원을 대출받아 이체한 상태였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 의심을 하니까 제가 계속 찾아봤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검색을 했고 그런데 진짜였고. 그래서 저는 믿었고. 전체적으로 짜여진 각본 안에 내가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요.]
피싱범들은 조작한 공문서 등을 보여주고, 실제 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의 의심을 피했습니다.
또, 비밀 수사 등을 명목으로 주위로부터 고립시키면서 더 많은 돈을 가로챘습니다.
최근 3년 사이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1,055건.
발생 건수는 매년 3백 건 정도로, 피해 액수는 지난해 160억 원에 다다르며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관 사칭을 넘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형태로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면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겁니다.
[강귀봉 / 제주경찰청 강력계장 : 최근 경찰에서는 의심스러운 연락은 우선 끊으라는 '어서 끊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명의도용 연락, 등기우편 반송, 대환대출 권유 등 의심스러운 연락이 오면 응대하지 마시고 바로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악성 앱을 설치해 중간에 전화를 가로채는 수법이 많이 사용되는 만큼, 수상한 전화를 받을 경우 또다른 기기나 유선 전화를 이용해 기관의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고 경찰은 당부했습니다.
KCTV 뉴스 김경임입니다.
영상취재 : 좌상은
디자인 : 현유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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