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십억 들인 '숲'...개발 대신 국가에 보호 요청

2026.09.06 오후 07:20
[앵커]
평생 모은 돈으로 강원도에 있는 산을 샀습니다.

그런데 개발은커녕, 손 한번 대지 않더니 오히려 국가에 이 숲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특별한 방법으로 숲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홍성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노란 몸통에 검은색 긴 꼬리.

야생동물 담비 한 쌍이 뛰어놉니다.

들고양이 같지만, 머리 위 검은 줄무늬가 뚜렷한 삵부터, 계곡과 강을 좋아하는 수달, 귀여운 하늘다람쥐까지.

모두 천연기념물이거나 멸종위기 야생동물인데, 강원도 평창 한 사유림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오대산 인근 과거 화전민이 밭을 가꾸고 목장까지 운영하던 곳.

하지만 30년 가까이 사람 손길이 닿지 않으며 생태계가 회복됐습니다.

일대 100만 ㎡ 규모 숲을 소유한 사람은 심정진 대표.

울창한 숲에 반해 지난 2019년 평생 모은 수십억 원을 들여 농업법인을 세우고 산을 샀습니다.

그리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두고 봤습니다.

[심 정 진 / 농업법인 초록원 대표 :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 정말 많은 생명체가 여기에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그 많은 생명체가 인간이 자연에서 누리는 것하고 똑같이 그런 것들을 누리고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건강한 숲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은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 지정 신청이었습니다.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산림을 개발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특별히 보호하는 구역으로 묶는 겁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숲을 이룬 이곳, 최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축구장 70개가 넘는 거대한 면적인데요. 민간 산주가 직접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시민단체인 녹색연합도 힘을 보탰습니다.

숲의 식생이나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 여부를 조사했고 산림청이 보호구역 지정으로 화답했습니다.

덕분에 오대산국립공원과 이어지는 산림 생태 축이 더 넓게 보호받게 됐습니다.

[이 다 솜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 환경단체가 협업하면서 의미를 확장하고 국가가 이에 호응하면서 국유림의 산림 보호구역 확대까지 이어졌다는 지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등이 반복되고, 산림 훼손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한 상황.

민간이 먼저 보전을 선택하고 정부가 응답한 이번 사례가 산림 보호의 새로운 모델이 될지 주목됩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영상기자 : 홍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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