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작품 속 인물과 상관없이 자주 소환되는 이가 있다. 바로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사랑받았던 '원조 연하남' 지현우다. 지현우 역시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추억했다. 풋풋했지만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했던 과거의 지현우와 달리 현재의 지현우는 한층 여유가 생겼고, 사회적 메시지에 힘을 싣는 배우가 됐다. 물론 책임감도 더욱 강해졌다. 진지하게 그렇지만 위트 있던 지현우의 솔직한 고백들.
지현우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방영된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지 PD로 출연, 최미자(예지원)와 알콩달콩 러브라인을 통해 국민 연하남에 등극했다. 지현우는 당시를 "패기가 있고, 무서운 것이 없고, 도전하던 시절"이라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지금은 책임감이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딱 제 연기만 신경 쓰고, 시청률은 잘 안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다르죠. 제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잘 안 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제 직업이 안정적이지가 않아요. 대중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길이 쉽지가 않네요. 작품마다 확실하게 냉정한 평가를 받잖아요."
'신뢰를 주고 싶은' 지현우는 계속 도전한다. 영화 '살인소설'(감독 김진묵)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2011년 'Mr. 아이돌' 이후 약 7년 만이다. 스크린 속 본인의 모습에 대해 "신기했다. 확실히 영화는 집중도가 다르지 않나. 디테일이 살아있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살인소설'은 지방선거 시장 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오만석)이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들른 별장에서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를 만나면서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24시간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지현우는 의문의 소설가 김순태를 연기했다. 경석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왠지 모르게 수상한 면모를 풍긴다. 따뜻해 보이지만 서늘하고, 친절해보이지만 가시 돋친 그는 완벽한 설계자로 경석을 함정으로 몰아넣는다.
지현우는 순태를 연기하기 위해 두 달 가까이 대전 촬영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지현우는 "의도했던 일"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잘하고 싶었다. 인간 지현우를 지우고 순태에 가깝게 있고 싶었다"며 "그 시간들이 좋았다. 대전을 사랑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와 함께 지현우는 대본을 음성 파일로 녹음해 들으면서 순태에 빠져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본을 녹음해서 들으면 다음날 찍을 장면을 상상할 수 있어요. 앞서 찍었던 촬영의 감을 잃지 않을 수도 있죠. '송곳' 때부터 그랬어요. 툭 건드려도 대사가 바로 나올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무엇을 자꾸 보고, 생각하면 거기에 근접해지는 것 같아요."
군 제대 이후 선보였던 드라마 '송곳' '원티드' '도둑놈, 도둑님' 등 지현우는 주로 정의롭고 올곧은 인물로 대중들을 찾았다. 때문에 '살인소설'이 그에게는 더 매력적이었다.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에 끌렸다"고 털어놓은 지현우는 "순태는 거짓말로 일관하는 사람을 결국 자백하게 만든다. 1차원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빠져나갈 수 없게 상대를 제압한다. 순태 때문에 경석의 본성이 드러나는데 쾌락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국민 연하남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가정을 이뤘거나 현재 결혼을 준비 중이다. 지현우는 "친구들 때문에 결혼 생각이 없어진다"고 웃었다. 그는 "아내가 재밌는 드라마가 있어야지 자유시간이 생기는 것 같더라"며 요즘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때문에 친구들이 밖에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 지현우에게도 불똥이 튀긴다고.
"친구들 아내가 저한테 '무거운 것 좀 그만하고 멜로 좀 하라고 그래'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벌써 15년차 배우다. 책임감이라는 말을 몇 번 꺼내놓은 그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내 연차에 쪽팔리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는 척 하고 싶지 않아요. 연기를 하는데 이해가 안 되면 아는 척을 하게 되는데, 그게 너무 싫어요.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최대한 몰입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을 잘 챙기지 못할 때도 있죠. 그런데 연기를 잘해서 작품이 잘 되는 게 최고이지 않을까요? 연차가 쌓일수록 확실히 무거워지네요."
지현우는 본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배우였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명확한 그림이 있었다. 그는 "대중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굉장히 편안한 상태에서 보지 않나"라고 했다.
"업무나 육아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시간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마음의 온도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메마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야겠죠."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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