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하얀 얼굴, 웃을 때 반달로 휘어지는 두 눈매가 실제 남매라고 할 정도로 닮았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인터뷰를 위해 영화제가 열리는 칸 현지에서 만난 배우 최우식과 박소담은 "이제는 닮은 걸 인정한다"며 해맑게 웃었다.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영화로 두 사람은 생애 첫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가슴 벅찬 설렘을 느꼈다. 박소담은 "큰 감격이었다.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특히 '브라보!'라고 외쳐줄 때 너무 좋았다"고 감격했다.
최우식은 "사실 그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 유튜브로 영상을 봤다.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 최우식이 맡은 기우는 기택네 장남으로 불평불만 없이 매사 긍정적인 청년이다. 이야기를 여닫으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소담은 기정 역을 연기한다. 가족 중 가장 야무져 어느 상황에서도 당당함이 매력이다. 기우의 도움으로 미술 과외 면접을 보게 되면서 고정 수입이 절실한 백수 가족의 두 번째 희망으로 떠오른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두 사람이 너무 닮아 캐스팅하게 됐다"며 캐스팅에 얽힌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최우식은 박소담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봉준호 감독님이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지만 '최대한 씻지 말고 가장 더러운 상태로 와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갔는데, (박소담을 보고) '잃어버린 내 동생이구나'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소담 역시 "감독님 부탁 때문에 화장을 하나도 하지 않고 미팅에 갔다. 화장을 안 하니 (최우식과) 더 닮았더라"며 "인물들이 있는 그대로 보이길 바랐기에 그런 부탁을 하신 것 같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외모만큼이나 차진 남매 호흡으로 극을 채운다. 특히 박소담은 거침없는 욕설과 실행력으로 오빠인 기우를 휘어잡고 위축하게 만든다.
박소담은 "기정이가 나이는 가족 중 가장 어리지만 현실적인 성격이라 해야할 말들을 하고 산다. 욕도 그 중 하나"라며 "감독님이 저를 이미 꿰뚫어 보셨나 싶을 정도로 입에 착착 잘 붙었다. 그런 욕설을 할 때 굉장히 시원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역을 연기한 송강호를 향해선 고마움을 표했다. 최우식은 "기우라는 캐릭터가 아버지와 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잘하려면 선배님과 친해지는 게 중요한 목표였다. 평소에도 '아들아' '아버지'하고 부를 정도로 편하게 해주셨다. 정말 영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소담은 "'사도' 때 선배님을 처음 만났다. 이후 아버지로 나오신다고 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반지하라는 공간에 편한 옷을 입고 연기를 하니 자연스레 아버지로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두 배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기생충'에 강하게 매료됐다고 했다. 이 감정과 감동이 관객에게도 강하게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최우식은 "가족 코드가 좋았던 거 같다. 어느 나라라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 않나"면서 "다양한 캐릭터에 나와서 만드는 앙상블이 재밌는 영화다. 물론 제 역할도 있지만 함께 어우러져서 상황을 대처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소담은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면서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했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누군가 도움을 받을 줄도, 줘야 한다는 것도 피부로 느끼게 됐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기생충'은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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