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할리우드 영화들도 개봉을 줄연기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5일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개봉 날짜를 오는 4월에서 11월로 바꿔 공표했다. 전 세계 공식 발표를 통해 영국에서 11월 12일 개봉, 전 세계에서 11월 25일로 개봉 일을 변경한 것.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제작사 MGM과 유니버설 픽쳐스, 그리고 대표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과 바바라 브로콜리는 "글로벌 영화 시장에 대한 검토와 심사숙고 끝에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전 세계 개봉 일을 2020년 11월로 변경한다"라고 알렸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개봉 연기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26개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발표하는 등 사태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 경제 성장세가 위축될 우려가 나오는 만큼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그대로 개봉을 진행하려고 했던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찌감치 개봉을 미뤘으나 9일 미국 LA에서 월드 프리미어 행사까지 진행하며 북미에서의 개봉 의지를 보였던 '뮬란'이 개봉 일을 잠정 보류했다.
디즈니는 '뮬란'에 약 2억 달러(한화 약 2449억 원)의 순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3일 '뮬란'의 연출을 맡은 니키 카로 감독은 공식 SNS에 "이 영화를 만드는 일은 내 이력 중 가장 만족스럽고 흥분되는 경험 중 하나였다. 충성, 용기, 진실을 품고 있는 최고의 배우, 스태프들과 이 여정을 함께한 것은 행운이었다"라면서 "불행하게도 '뮬란'의 전 세계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니키 카로 감독은 "보내주신 모든 열정과 지지에 감사하고 전설이 된 소녀 전사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이와 함께 디즈니는 올해 라인업에 포함된 '엑스맨: 뉴 뮤턴트', '앤틀러스' 개봉도 연기했다. 다만 북미에서 5월 1일 선보일 '블랙 위도우'는 현재까지 개봉 날짜를 바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의 질주' 아홉 번째 시리즈인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이하 분노의 질주9)는 개봉을 무려 1년 가까이 미뤘다.
13일 '분노의 질주9'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는 5월 선보일 예정이었던 '분노의 질주' 전 세계 개봉일을 내년 4월로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북미 개봉은 내년 4월 2일이다.
유니버설 픽쳐스는 "조금 더 개봉을 기다리셔야 하는 상황이 매우 실망스러우시겠지만, 모든 분의 안전이 저희의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고려 사항"이라며 "개봉 일 변경을 통해 전 세계 모든 '분노의 질주' 패밀리들이 다 함께 이 시리즈의 새로운 챕터를 경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한번 깊은 양해와 함께 내년 봄에 인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이달 하순 북미 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던 '콰이어트 플레이스2'의 개봉 또한 미뤄졌다.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코로나19 확산과 전 세계적인 여행 제한, 대중 행사 금지 등을 고려해 개봉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트는 "중국은 물론이고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며 영화시장이 얼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개봉 시점을 연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한국영화 시장 또한 덮쳤다. 12일 극장을 찾은 총 관객 수는 4만 9621명을 기록했다.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초반을 제외하고 5만 명 밑으로 관객 수가 떨어진 적은 없었다.
또한 3~4월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 '콜' '결백' '밥정'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기생충:흑백판' '후쿠오카' '이장' '나는 보리'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교회오빠' '침입자' '주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뮬란' '나의 촛불' '부니베어:원시시대 대모험' 등 약 50여 편의 영화가 일찌감치 개봉을 연기한 상황.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개봉을 미루고 지켜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라면서 "예정된 홍보나 프로모션 등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지만, 국내 극장을 찾는 총 일일 관객 수가 4만 명대로 떨어지는 등 영화계 불황이 계속되고 있기에 개봉 날짜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각 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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