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달수가 기존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입고 돌아왔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에서 오달수는 야권의 대권주자 이의식 역을 맡아 '어질고 인자한 가장이자 존경받는 정치인'의 옷을 입고 관객에 말 건다.
영화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겪었던 일을 각색해 재창조했다. 오달수가 연기한 이의식은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나아가 대의를 위해 가택 연금 등 고통을 감내하는 인물. '인동초'라는 별명이 있었던 김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배역이다.
'도둑들'의 앤드류부터, ‘신과함께-죄와 벌’ 판관과 '조선명탐정'의 서필까지. 주로 유쾌하고 톡톡 튀는 감초 연기로 호평받아온 그다. 오달수의 코미디 연기를 향한 기대와 관심이 클수록, 이번 작품 속 묵직하고도 진중한 얼굴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데뷔 30년 베테랑에게도 부담이 되는 작업이었다. "주변부 역할을 주로 했는데(웃음) 무게 있는 역할을 하니까 부담스러웠다." 실제로 오달수는 이 작품을 세 번 고사했다. 묵직한 감정 외에도 실존 인물에 누가 될 것 같았다는 이유도 컸다.
용기를 내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이환경 감독의 집요한 설득 덕분이었다. "이왕하는 거 전작과 비슷한 결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오달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 전라도 사투리를 덜어내다
'이웃사촌'의 초고는 사실 전라도 사투리로 쓰였다. "사투리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그 감성이나 철학이 배어 나와야 하는데 (내가 잘 연기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했다." 이 대구 출신의 배우는 어쭙잖게 전라도 사투리를 하다가 외려 몰입을 어중간해 보이지 않을까 가장 걱정했다.
정확한 메시지, 감정을 표현하는데 혹시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또한 정치 영화가 아닌 휴먼 드라마인데 누군가를 연상시킬 만한 걸 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전달했다. 이 말을 들은 이환경 감독은 사투리를 삭제한 버전으로 시나리오를 바꿨고, 오달수 역시 수정한 버전을 소화했다.
◇ 가장 특별한 인물을, 가장 평범하게
김 전 대통령은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인물이지만, 영화 속 이의식은 타이틀처럼 정말 '평범한' 이웃사촌으로 재탄생했다.
실제로 야권의 유력 정치인이지만, 영화 내내 이의식을 지배하는 주된 정서는 카리스마보다도 사람 좋은 웃음, 친근함이다. 관객에 따라 이는 새롭게도, 이질적이게도 느껴질 수 있다.
창작자로 이환경 감독은 오달수 캐스팅이 일종의 의도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영화가 정치적으로 가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분을 선택했고, 그것이 오달수"였다고 말했다. 전혀 보지 못한 새로움보다, 늘 봤던 것 같으면서도 재료가 살아있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데 오달수가 적합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론배급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달수 역시 "큰 일을 하기 전 과정에서 아버지이고, 일반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웃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본의 아니게 가택연금을 당하면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 보낼 수 있는, 평범한, 다르지 않은 그런 인물로 다가가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 "거짓은 없구나" 진정성 전달에 집중
이 작품은 그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거짓은 없구나"다. 어떤 작품보다 진정성을 다해 배역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그를 둘러싼 논란에 따라 이같은 노력이 관객에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오달수는 성 추문에 휩싸였고, 이 작품은 그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기 전 캐스팅 돼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내사 종결 후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그가 출연했던 작품 역시 하나둘씩 개봉일을 잡고 있다. '이웃사촌'이 그 시작을 끊은 셈이다.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듯 오달수는 최근 YTN Star와의 인터뷰에서 "시선을 피하고 싶지는 않다. (제가) 받아야 할 몫이며 아마 그런(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은 이 영화를 안 보시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 분에 가깝게 가려고 노력했구나' 그 정도의 말만 들어도 배우에게 대단한 칭찬이라고 그렇게 느끼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복귀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자숙기간을 거쳤다"며 오달수의 복귀를 지지하는 반응과 “오달수의 컴백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오달수가 이번 작품과 캐릭터로 얼마나 관객을 설득할지 주목된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씨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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