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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 고재홍PD "'좋아요'에 집착하는 그대에게"①

2022.08.13 오전 10:00
[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결핍을 지닌 청춘을 위로하는 이야기] 메이커, 티빙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 고재홍 PD입니다.

"나 어때? 사랑받고 자란 사람 같아?"

작사가를 꿈꾸는 서희수(한지효 분)가 절친 정시호(도영 분)에게 묻는다.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희수는 늘 사랑에 굶주려 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선배에게 고백을 받고 행복해하지만, "사랑받고 자란 거 같아서 좋다"라는 말에 뭔가 잘못됐다고 직감한다. 자신은 절대 그렇게 보일리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말에 우리는 구김살 없이 해맑고, 여유가 넘치고, 자신감 넘치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자신도 모르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전제하면서. 그리고 누군지도 모를 '사랑받고 자란 사람'을 동경하고, 이상형으로 그리기도 한다. 언젠가 그 사람이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나를 구원해 주리라 기대한다.

티빙 오리지널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연출 고재홍, 극본 고재홍·왕혜지, 제작 CJ ENM)는 자존감 제로, 자기애 제로인 작사가 지망생 희수가 쓰는 대로 사랑을 이뤄주는 작사 노트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노트로 얻은 사랑의 유효기간은 한달이고, 노트를 다 쓰게 되면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희수는 계속해서 노트를 사용한다. 한달 후에 "왜 내가 널 좋아했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들으며 지독하게 차이기를 반복하면서도 노트를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는 희수처럼 사랑에 목말라 하는, 아니 '사랑받는 것'에 목말라 하는 요즘 세대들을 향한 러브송이다.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은 고재홍 PD는 인스타그램 '좋아요' 숫자에 집착하며 그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하는, 스스로를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라 여기는 이들을 위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



Q. 주인공 희수가 사랑 받는데 집착하는 이유는?
고재홍 PD(이하 고) : 인터넷에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검색하면 젊은 세대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다. 사랑받고 싶어서 아이돌이고 싶다는 말도 있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더라도 믿기지 않아 눈물이 났다는 얘기 등등. 어떻게 보면 희수도 어릴 때 트라우마로 인해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물인다. 그런 인물을 통해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많은 10대, 20대들이 공감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희수 캐릭터를 그렸다.

Q. 사랑을 이뤄주는 노트 어떻게 구상했나?
고 : 예전부터 '사랑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을 다뤄보고 싶었다. 요새는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지가 수치로 나온다. '좋아요' 숫자나 유튜브 조회수를 지표 삼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더 예민해진 시대라고 생각했고, 그런 캐릭터에게 ‘마음껏 사랑받게 해줄게’하며 능력을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고 싶었다.

Q. 노트가 이뤄준 사랑의 유효기간은 왜 한달일까?
고 :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엔 백일 정도는 만나야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만남과 헤어짐의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노트의 중독성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 달로 수정했다. 희수에게 노트 자체가 중독이라고 생각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긴 하지만 과해지면 SNS '좋아요'에 집착하기 시작하듯, 희수도 관계를 유지하고 싶기보다는 사랑받는 것 자체만 갈구하며 노트를 쓰게 된다. 그런 것을 표현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일이면 일 년에 세 번인데 한달이면 열 두 번 만날 수 있으니까. 하하.



Q. 노트의 마지막 장에 희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가사를 적는다.
고 : SNS를 보면 '사랑받고 자란 사람의 특징'이란 글이 많이 올라온다. '그런 사람은 열등감이 없고, 자존감이 높고, 순수하게 사랑할 줄 안다' 그런 내용의 게시물에 '좋아요'가 엄청 많이 눌려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그 말은 반대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하면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라는 말인 거 같아 동의할 수 없었다. 드라마 10화에 엄마가 주인공 이름을 짓는데 '빛날 희', '지킬 수'라고 짓는다. '너는 스스로 빛을 내는 아이이니, 그걸 스스로 잘 지키라는 의미.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는 뜻이다. 그 말이 제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됐던 거 같고, 그래서 보는 분들에게 나를 아끼고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다.

Q. 연애를 이뤄주는 노트는 왜 작사 노트로 설정했나?
고 : 그냥 이름을 쓰는 걸로 할까 생각했지만, 노트가 종국에는 주인공이 하고 싶은 일, 꿈, 바라는 바와 연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예전부터 작사 노트를 쓰는 친구였고, 그래서 작사를 적어야 한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Q. 그런 노트가 실제 있으면 사용할 건지?
고 : 아, 그 생각을 막상 한번도 안 해 봤다. 근데 사용하지는 않을 거 같다. 혼자서는 못 갖고 있을 거 같고, 친구들에게 이런 게 있다고 보여주기는 할 거 같다(웃음).



Q. '사랑 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표현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키워드 같다.
고 :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극중에서 사랑받고 자란 사람으로 세진이(권아름 분)가 묘사된다. 밝고, 잘 웃고, 분위기 주도하고. 근데 막상 세진이의 집은 공허하다. 세진이가 노트를 훔쳐갔을 때 희수에게 '언니는 그런 거 없어도 시호 오빠가 언니 좋아하지 않냐'라고 말하는데, 실은 세진이도 누군가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친구였다. 보이는 것으로 함부로 판단하는데, 속내는 모르는 거라는 것을 세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사랑받고 자라서 그래'라고 쉽게 말한다. 그게 많은 것을 한정 짓게 만드는 거 같다. 그렇지 못한 나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편견을 갖게도 한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 특징'에 '좋아요'가 많이 눌린 것은, 자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지 않은가.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사랑을 하면서 성장하고 감정이나 사회성도 발달한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또다른 내가 만들어진다. 굳이 연애가 아니더라도,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더라도,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Q. 시호는 학교 폭력 피해를 입은 과거가 있다.
고 : 학폭 자체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어떻게 트라우마를 깨고, 어떻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주변의 절대적인 지지와 견고한 관계가 시호를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릴 때 상처받는 일을 겪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자라면서 만나는 사람과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게 시호에게는 희수였다.



Q. 시호와 희수의 관계를 열린 결말로 맺은 이유는?
고 : 시호의 문제점은 여전히 관계에 있어 소극적인 것이다. 희수를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만 보면서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자기 마음을 속일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에 연애를 하는 것이 시호의 성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러 연애로 마무리 짓지 않았다. 시호가 희수 말고 또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았다. 시호 또한 희수에게 '그동안 힘들 때 너에게 기댔는데, 너를 좋아하기 전에 나도 나로서 괜찮은 사람이어야 될 거 같다' 그렇게 말을 한다. 그게 시호의 성장이 아닐까? 안전한 관계만을 유지하려는 두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Q. 열린 결말이 그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고 : 시즌2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이 인물들이 그래서 어떤 관계를 앞으로 맺어 나갈 것인가. 지금은 20대 초반 이야기지만 시즌2는 취준생으로. 어느 정도는 각자 다른 사람 만나봤고, 현실적으로 취업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그런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잠깐 생각했다. 그 노트 때문에 울고 불고 했던 과거를 잊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데, 그들에게 다시 노트가 나타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상상해 봤다.

[사진 = 전용호 PD (yhjeon95@ytn.co.kr),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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