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뒤 첫 작품이었다. MBC 금토 드라마 '금수저'는 정채연 씨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남는 작품이다. 평소 즐겨보던 웹툰의 실사화였고, 깊은 감정연기를 처음 해봤다. 극중 역할 때문에 살면서 처음으로 고함을 쳐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처음 깨달았다. 쇄골 부상이라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또 한번 성장했다.
MBC ‘금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인생을 그린 작품. 금수저로 부모를 바꾼다는 설정과 더불어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로 흥미를 높였다.
정채연 씨는 재벌가 딸이라는 주어진 타이틀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나주희 역을 맡았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면서 자신과 닮은 점이 여럿 짚였고, 그래서 더 애정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다.
'금수저'가 종영한 뒤 정채연 씨의 새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열린 결말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기에 정채연 씨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먼저 정채연 씨는 "정말 좋은 배우들, 선배님들과 함께 정말 재밌게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었다. 저에게도 정말 뜻깊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드라마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 첫 촬영에 들어간 날부터 촬영이 끝나던 날까지를 회상하며 "부담감도, 책임감도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간에 한번 코로나가 확산하던 때가 있는데, 그때 영양제를 엄청 챙겨먹었다. 절대 걸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작품을 두 개나 같이 했던 감독님과 함께 하게 된 작품이라 더 잘해야할 것 같은 부담감도 있었고, 주연이라는 책임감도 컸던 것 같다. 오히려 현장에서 그 부담감이 많이 내려졌다. 좋은 현장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금수저' 마지막회에서는 금수저를 쓴 대가로 자신과 이전 기억을 잃고 또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던 승천과 주희가 재회해,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는 모습으로 여운을 남겼다. 정채연 씨는 드라마의 열린 결말에 대해 "팬분들은 속상해하시기도 하지만 저는 재밌었다. '금수저'라는 드라마 자체가 다음화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드라마였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맡은 나주희 역에 대해서는 "천진난만하고 밝고 긍정적으로 비쳐지는 인물"이라며 "다른 사람 눈에는 배부른 사람처럼 구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내 힘으로 해내겠다'는 일념으로 성장하는 것을 포인트로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역할과 자신의 싱크로율은 "60%"라고 답했다. 그는 "주희와 제가 밝고 긍정적이고 천진난만한 부분에서 닮았다고 생각한다. 가치관도 비슷한 편이다. 완벽히 닮지는 않았다. 몰락한 후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보고 '나라면 한마디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굴곡진 인생을 가진 캐릭터인 만큼 여러 감정연기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정채연 씨는 "감정연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큰 공부가 된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연기해본 게 너무 새롭다. 성찬이가 죽는 장면에서 절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지문을 보고 어떻게 절규를 표현해야할지 많이 고민했었다. 슬픔과 기쁨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자칫 답답해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정채연 씨. 그는 "주희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며 "작가님께서도 주희가 올바른 가치관을 쭉 가져가는 인물이니까 그걸 중점에 뒀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마지막 대본까지 읽고 나니 주희는 정말 한결 같고 가치관에 변함이 없는 친구였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9월 BH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가수에서 배우로 완전히 전향한 정채연 씨는 "무대는 무대만의 즐거움이 있고, 연기도 연기만의 보람찬 즐거움이 있다"라며 배우로 전향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정채연 씨는 "드라마 '연모'를 하게 됐을 때 연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어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 꿨지만 아이돌로 데뷔를 하면서 그 열망이 안에 묵혀있었던 것 같다. '연모'를 계기로 물음표와 꿈틀거림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이돌 활동을 하던 때보다는 마음이 보다 무거워졌다. 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정채연 씨 본인 자체가 여러가지 사람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를 열망했기 때문이다.
정채연 씨는 "'연모'를 촬영할 때 사극을 하게 되니 너무 신기했다. 견학으로나 가볼 수 있었던 궁궐이 내 집이 되고, 한복을 입은 채 생활하는 것. 제가 배우를 꿈 꾼 계기와 비슷했다"라며 "또 '연모'에서 재밌는 신이 많았는데, 그 신들을 찍으며 스스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연기를 좀 더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배우를 꿈꿔왔으니 드라마의 소재인 '금수저'를 한번쯤은 사용해보고 싶을 터. 정채연 씨는 "금수저를 딱 한 번 사용하고 싶다. 재밌을 것 같다"면서 "우리집 강아지가 되고 싶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강아지가) 제일 부럽다. 배고플 때 먹여주고 편하게 씻겨주고, 제일 부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롤모델로는 전지현 씨, 손예진 씨, 한효주 씨를 꼽았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열심히 좋은 작품 보여주시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신 게 멋지고, 존경스럽다.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수저'가 끝난 후 집순이로 돌아왔다는 정채연 씨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지난 2022년을 돌아보며 "열심히 달려왔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을 잘 정리했던 한 해였다. 남은 한달도 재밌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년도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저에게도 큰 한해였다면 내년은 조금 더 재밌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금수저'는 지난 12일 종영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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