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넷플 역주행 1위 '차박' 제작사 대표 "전화위복…실험적 작품 많이 해야죠"①에 이어
◆ 국내 콘텐츠 산업의 위기 진단…톱스타 의존, 안정성만 따진다
형 감독을 발굴해낸 김 대표는 배우의 오디션 과정도 함께 진행했다. 신인은 무조건 연기력을 최우선으로 봤다. 가수 겸 배우 데니안, 홍경인 씨는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고, 신예 김민채 씨는 미국 포틀랜드 호러 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첫 장편영화 데뷔를 해냈다.
"데니안은 우리 영화의 얼굴(1번 캐스팅)이고, 다른 캐릭터는 알려진 사람보다는 오디션을 해서 능력 있는 사람, 잘하는 사람을 뽑자고 했어요. 신인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이 연기를 해내고 인기를 얻고 하면 몇 년 후 이 산업에 주도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으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신인 발굴은 김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작자로서의 가치다. SBS 재직 시절 스무 명가량의 연출을 데뷔시켰고, 신인 작가와 신인 배우 기용에도 앞장섰다. 그는 후배에게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지원을 해주고, 감각을 키워주면 트렌드, 심리를 읽게 된다는 것이다.
ⓒ타이거스튜디오·오픈시네마·(주)디스테이션
"내 삶에서 방송이건 영화건, 후배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계속 신인을 데뷔시키면서 산업 환경을 좋게 만들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지금 우리나라의 영상산업이 위기인 이유는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고 톱스타에게 기대기 때문이에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국내 콘텐츠 산업이 처한 현 상황에 대한 진단으로 옮겨갔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가 각광받고 있지만, 업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톱스타 개런티는 최고 10억까지 치솟는 와중에 방송사들은 제작비 부담으로 인해 드라마 편수를 줄이는 기형적인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수익이 연기자 호주머니로 들어가면서 재투자가 되지 않고, 산업적으로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거죠. 아직도 40-50대가 주인공을 하는 드라마가 많아요. 그것도 필요하지만 세대가 엮이는 이야기, 젊은 층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도 필요하고 키워내야죠. 제작비를 낮추면 신인을 기용하는데 있어서도 자유로움이 생기는데, 제작비를 높게만 잡으니 안 되는 거에요."
◆ "새 시트콤 '맨날 맨날 착하긴 힘들어' 준비 중…숏폼도 도전할 것"
김대표는 해외 사례도 예로 들었다. 해외 시장에서 숏폼이 각광받고 있고, 국내에서도 웹드라마의 퀄리티가 상당히 올라왔지만 시장 형성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계속 활성화되어야 신인이 들어오고, 새로운 시각과 소재의 작품을 낼 수 있지만 많은 제작자들이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안전한 길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싸움이 아니라 자본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는데, 다시 콘텐츠 싸움으로 돌아와야 해요. 우리나라 콘텐츠들은 제작비가 너무 높아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가 어려워요. 그들도 정말 될 것 같은 것만 사게 되고, K콘텐츠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제작비가 올라가니 각 방송사들은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해요."
첫 영화 기획인 '차박' 이후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기가 어려워져 콘텐츠 업계가 빙하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본질적인 고민, 어떤 콘텐츠가 재미있고 사랑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변화에 발맞춘 도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시트콤을 준비 중이에요.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맨날 맨날 착하긴 힘들어'라는 작품이고, 캐스팅을 진행 중이에요. 숏폼도 해볼 거고요. 그와 별개로 제작사 자체적으로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어 심사도 진행 중이고요. 그런 기회들이 많이 생겨야 신선한 작품도 만나고, 작가도 많이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롤모델로 미국 영화제작사 A24를 꼽았다. A24는 2021년 '미나리', 2022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성난 사람들'까지 선보이며 확고한 팬덤을 구축한 제작사. 제작비 분산투자로 실패의 위험은 줄이면서, 제작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신인도 다수 발굴했다.
"첫 영화인 '차박'이 스릴러 장르인데, 신인에게 저예산으로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장르이고, 동남아에서 선호하기 때문에 선택한 부분도 있어요. 해외 진출도 내다보고 있어요. 국내시장은 레드오션이에요. 서로 경쟁하며 피 흘리는 경쟁이 되는 거니까 좀 더 선진화된 시장에 진출해 공동 작업을 하든 시장을 개척하든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