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락이 뜸해 다소 서운함을 가졌던 친구라도 막상 다시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갑기 마련이다. 가수와 대중의 사이도 어쩌면 이런 관계가 아닐까. ‘도대체 왜 앨범을 안 내는 건가’하며 원망스럽다가도 막상 신곡이 나오게 되면 일부러 찾아 듣게 되니 말이다.
6년 만에 일곱 번째 미니 앨범 ‘올 더 웨이(All The Way)’를 발매한 케이윌(K.will)도 이런 기묘한 반가움을 자아내는 가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장은 반갑다.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저도 예상 못 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감이 커져 앨범 준비에 대한 고민과 결정이 더욱 어려워졌고, 팬데믹 같은 상황들이 겹치면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거죠. 그렇게 본의 아니게 6년 만에 앨범을 들고나오게 되었네요. 1년에 한 곡씩 꾸준히 만들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케이윌의 이번 앨범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윤상, 다비, 헤이즈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앨범 퀄리티를 높였다. 그럼에도 그는 앨범 발매나 형식에 많은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6년의 세월만큼 세상의 트렌드도 급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노래 한 곡도 들려주기 힘든데 무슨 여섯 곡을 내나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나름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결국 어떤 성과를 내는 데 집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다가 나는 가수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니 성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고 그 노래를 무대에서 부르고 들려드리고 공감을 얻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앨범을 내게 됐죠.”
이와 관련해 케이윌은 ‘내가 선택한 실패’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이 앨범은 다른 프로듀서들과 함께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특색 있는 곡들을 마구 담은 앨범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내 안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하나하나 내가 결정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한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성과가 아니라 제가 선택한 실패라고 생각해요, 물론 성과도 나면 좋겠지만,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그 과정에 제게 의미가 있고 저의 앞으로의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큰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라 뿌듯하네요.”
사진=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케이윌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만들었다는 이번 앨범의 테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케이윌은 이번 앨범에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관계를 맺어 완성한 곡들로 채웠다. 오랜 인연인 황찬희 작곡가에서부터 다비, 헤이즈, 선우정아에 이르기까지 케이윌은 다른 이들의 손에 자신을 내던졌다.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의 프로듀싱을 윤상에게 맡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윤상 선배님과 예전부터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세 곡 정도를 함께 작업하면서 윤상 선배님 특유의 음악 색깔도 담아보고 싶었는데 그때 ‘마이너 스케일’(단음계)의 곡을 해 보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이런 곡이 제게 잘 어울린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서 바로 받아들였죠, 멜로디가 나오고 가이드를 부르면서 어쩌면 이 곡이 앨범 타이틀 곡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6년 동안 그만의 조각을 모아 완성된 6곡이다. 소위 말하는 계절감에도 맞지 않고 기존의 성공 공식도 따르지 않았지만, 이 앨범이 케이윌의 ‘꾸준함’을 보여주는 증거임은 틀림없다.
“그냥 앨범이나 노래가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거라 팬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요. 지금 시대에 제 노래를 알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제 노래를 듣고 오랜만이라 반가워하고 흥얼거리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사진=스타쉽 엔터테인먼트
비록 6년 만이지만 다시 가수로서 앨범을 내는 것만으로도 케이윌의 ‘의리’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또다시 재계약을 한 것만 봐도 보기 드문 ‘의리’라고 볼 만하다. 그 기간만 무려 17년이다.
“정작 첫 재계약 때 고민이 많았는데,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보다 혼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죠. 하지만 회사 사람들도 설득하지 못했던 걸 혼자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결국 회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제가 그래도 이 회사에 후배들이 열심히 연습할 수 있는 큰 연습실 하나 정도는 만들어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다른 회사 연습 영상을 보면서 부러워했는데, 지금은 우리 회사가 많이 컸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그렇게 동행해 온 17년의 세월만큼 케이윌도 나이를 먹었고, 세상의 트렌드도 변했다. 무슨 수를 써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고 ‘가수’ 케이윌의 고민도 깊어진다.
“저도 목소리가 지문이라는 말을 듣는 가수인데요. 제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익숙해진다는 건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익숙하고 추억이 되어 반갑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신선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죠.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대중의 마음과 예전 노래를 그리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어떤 노래를 선보여야 할지, 저뿐만 아니라 많은 가수가 고민하는 부분일 거예요.”
이렇게 케이윌은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이번 앨범 ‘올 더 웨이’는 이런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6년의 긴 공백기를 깨고 나온 케이윌의 새로운 음악 여정에 이번 앨범이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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