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노조 결성·연차 쓰는 아이돌? 뉴진스가 ‘근로자’라면 일어날 변화

고용노동부가 뉴진스의 멤버 하니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늘(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뉴진스의 팬들이 “뉴진스 멤버 팜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부지청은 이 민원에 대해 “매니지먼트 계약의 내용과 성질상 사용·종속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로 대등한 계약 당사자의 지위에서 각자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관계에 불과해 사측의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 취업 규칙 등 사내 규범, 제도나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점이나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없는 점, 연예 활동에 필요한 비용 등을 회사와 팜하니가 공동으로 부담한 점, 지급된 금액이 수익 배분의 성격인 점,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점 등을 하니를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근거로 들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에도 이와 비슷한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연예인이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활동한다는 점에서 외형상 근로자성을 갖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인 사업자에 가깝다고 판단하면서 근로기준법의 예외 대상자로 분류했다.

만약 고용노동부가 이번 민원에서 뉴진스 하니를 근로자로 인정했다면, 그의 상황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길 수 있었다.

먼저 근로자로 인정받은 하니는 하이브와 정식 근로 계약을 맺고, 근로시간, 휴식, 임금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근로자로서 소속 아이돌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하이브와 단체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사회보험에 가입해 질병, 사고, 실업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회적 안전망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이브 그리고 엔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컸을 것이다. 우선 이 업계의 근간을 이루는 전속계약 시스템이 큰 변화를 맞는다. 소속 연예인이 근로자로 신분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전속계약이 무효화되고 근로 기준법에 따른 표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속사는 계약기간과 근로시간, 휴식, 임금, 해고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소속사는 소속 연예인의 근태 관리와 급여 지급을 해야 한다. 연예인의 활동 시간에 따른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데 연예인의 특수성을 고려해 근무 형태에 넓은 유연성을 준다고 해도 기존의 수익 배분 방식과는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 밖에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식 시간 및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연예인도 연차 혹은 반차를 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스케줄 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팬들의 접근성도 크게 제한될 수 있다.

인건비의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최저임금의 보장,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등과 같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재정 부담이 증가하면서 신인 발굴과 육성에 대한 투자를 줄이게 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처럼 연예인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돌의 권익 보호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업계 혼란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섣부른 판단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예계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아이돌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