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또’라는 단어는 한때 교실에서 익숙하게 쓰이던 말이지만, 요즘 예능 환경에서는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제작사 테오(TEO)의 수장 김태호 PD는 그 단어에서 출발해,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마음을 들이는 과정을 예능의 중심에 놓는 실험을 택했다. MBC 예능 ‘마니또 클럽’은 경쟁과 속도 대신, 선물이 오가는 과정과 그 안에 쌓이는 감정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이후 반응에 대해 김 PD는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았다고 말한다. 요즘 화제성 중심의 콘텐츠 흐름과는 결이 다른 만큼, 성적표보다는 기획의 방향과 각 기수의 이야기에 더 의미를 두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PD는 “요즘 화제성이 높거나 시청률이 잘 나오는 콘텐츠와는 결이 조금 달라서, 사실 저희도 허무맹랑한 시청률을 기대한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죠”라며 “다만 1기, 2기, 3기가 각각 촬영 분위기도 다르고, 케미에 따라 결과물도 꽤 다르게 나왔습니다. 저희는 연말연시에 보는 옴니버스 콘텐츠처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시청률 반등을 꿈꾸기보다는 기수별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들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선물’이었다. 김 PD는 기획 초기에 장르적인 재미나 게임 구조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한다”는 마음을 어떻게 예능으로 풀어낼지를 먼저 고민했다고 설명한다. 방송에서 개인 마니또가 부각되며 추격전처럼 보인 순간들도 있었지만, 애초의 방향은 그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8월에 제니 씨가 연말연시에 시청자나 팬들께 선물이 되는 콘텐츠를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선물’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라며 “방송에서는 개인 마니또가 부각되다 보니 추격전이나 장르물처럼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애초에 그런 방향을 생각하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저희의 출발점은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한다’는 마음을 모아서, 그걸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주자는 개념이었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했던 건 마지막에 있는 ‘시크릿 마니또’가 누구냐는 부분이었고, 그에 맞는 출연자 조합을 역으로 추려 지금의 캐스팅이 나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수별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도 들어볼 수 있었다. 1기는 출연자들의 예능 감각을 믿고 큰 틀만 마련한 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장르가 형성됐다.
김 PD는 “첫 번째 ‘마니또 클럽’은 덱스, 제니, 추성훈, 이수지, 노홍철 씨처럼 워낙 예능을 잘하시는 분들이라, 아예 첫날은 콘셉트 없이 이들이 가는 대로 흘러가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대신 저희가 그 흐름을 따라가자는 방식이었죠”라며 “본부에서 ‘첫 번째로 선물 주는 사람에게 베네핏이 있다’고 했더니, 갑자기 다들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한마디가 장르를 바꾼 포인트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2기와 3기는 시크릿 마니또의 대상을 먼저 정한 뒤, 그 주제에 맞는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2기에서는 ‘소방서’를 시크릿 마니또로 정하며, 평소 이미 누군가의 마니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선물을 전하자는 방향을 잡았다.
김 PD는 “두 번째 기수는 예능에서는 자주 못 뵀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고윤정 씨를 떠올렸고, 정해인 씨도 이전에 좋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그때의 시크릿 마니또는 소방서였어요. 소방관분들은 이미 우리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마니또 같은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마니또 선배들’께 선물을 해드리자는 콘셉트로 가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미팅 때 정해인 씨가 ‘선물한다면 소방관분들께 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저희도 잘 맞는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시크릿 마니또 선정 기준 역시 ‘마음의 반응’을 중요하게 봤다고 한다. 1기는 초등학생, 2기는 소방관, 마지막 기수는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선물을 받았을 때 가장 솔직한 반응이 나올 대상이 누구인지를 먼저 떠올렸다는 설명이다.
김 PD는 “첫 번째 초등학교는 선물을 받았을 때 가장 순수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다가 떠올렸습니다”라며 “소방관분들의 경우에는 저희가 가서 돕는 게 오히려 현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을지 사전 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 출연자들도 직접 참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마지막 기수는 ‘응원’이라는 테마로, 응원이 필요한 분들께 작게나마 마음을 전하는 형태로 진행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마니또’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다는 질문에, 김태호 PD는 이 프로그램이 요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반성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빠르게 소비되는 도파민 중심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들여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의 의미를 다시 다뤄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누군가 생일이면 이동 중에 ‘선물하기’로 보내는 게 너무 익숙해졌는데, 정작 정말 마음 가는 사람에게는 직접 고른 선물을 못 주게 되더라고요”라며 “이 프로그램에서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다 보면, 오히려 그 사람을 더 깊이 알게 되는 순간들이 생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고윤정 씨도 선물을 받고 나서 “아니,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 왜 나를 이렇게 잘 알아? 짜증 나”라고 하더라고요. 본인도 몰랐던 자기 자신을 너무 깊이 알아버린 상대에 대한 리액션이었는데, 저는 그게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걸 지켜보는 재미도 현장에서 컸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의 구조를 ‘서바이벌’로 가져갔다면 더 쉽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중요한 건 누가 이겼는지가 아니라, 출연자들이 서로에게 보낸 마음의 총량이 다음 시크릿 마니또에게 전달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김 PD는 “다섯 명이 선물을 주다가 하나로 남는 형태였다면 이야기는 더 쉬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서로가 서로에게 계속 선물을 하는 구조라, 스토리텔링과 편집이 쉽지는 않았어요”라며 “그래도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누가 1등을 했느냐가 아니라, 이들이 서로에게 보여준 ‘마음의 에너지’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명수가 끝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선물의 금액이나 예산 제한을 두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가격을 매기는 순간 게임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자신의 사비로 선물을 준비했고, 그 과정 자체가 프로그램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
김 PD는 “선물에 가격을 매기는 순간, 이게 너무 게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요소들은 다 배제했습니다”라며 “대부분의 출연자분들이 자기 사비로 결제하셨고, 저는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선물할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출연자들 안에서 큰 동력이 된 것 같거든요”라고 말했다.
‘무한도전’과의 비교나 '런닝맨'과 동시간대 편성에 대해서는 부담보다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시청자들이 어떤 플랫폼에서든 콘텐츠를 봐주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무한도전’이 자신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에 대한 회고가 이어졌다.
김 PD는 “요즘은 같은 시간대에 누가 있느냐를 크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분들은 TV든 OTT든, 콘텐츠를 봐주시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라며 “‘무한도전’은 제 인생에서 굉장히 긴 시간이었고, 그만큼 많은 고민을 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동안은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그 경험을 지금 흐름에 맞게 다시 해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1기와 달리 2기에는 ‘핸드메이드’ 선물 주제가 정해져 있어 눈길을 끈다. 1기 선물 전달이 추격전이 되면서, 출연자들이 준비했던 선물의 디테일한 빌드업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데서 나온 선택이었다. 김 PD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핸드메이드’라는 조건을 넣으면 다른 결의 흐름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마지막 시크릿 마니또인 소방관분들께 드리는 선물 자체도 핸드메이드로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핸드메이드가 들어가니까 출연자분들의 진심이나 프로그램 결이 더 모아지는 힘이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앞서 1기에서는 이수지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산타 분장을 하고 길을 나서면서 택시 기사, 우연히 만난 어린이 등과 대화를 나누며 예상 밖의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김 PD는 “제일 재미있는 콘텐츠는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온다”면서 “2기, 3기에서도 저희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에서 오는 재미들이 계속 있었습니다. 늘 저희 예상을 뛰어넘는 선택들을 하시더라고요. 특히 정해인 씨가 ‘두쫀쿠’를 만든다고 혼자 4시간 동안 피스타치오를 한 알 한 알 으깨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선물한 적이 있었나’라는 반성을 제작진 모두가 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완주’를 먼저 이야기했다. 시청자 반응을 충분히 듣고, 후반 작업 과정에서도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한 뒤 다음을 고민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김 PD는 “일단은 시즌1을 끝까지 완주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시청자 의견을 흡수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이건 혼자 결정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시청자분들과 같이 만들어가고 싶습니다”라며 “의견들을 취합해서 더 나은 방향이 보인다면, 그때 시즌2를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니또 클럽’이 회사 5주년을 맞아 준비한,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콘텐츠라고 정리했다. 빠른 자극보다는, 편하게 보며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마니또 클럽’은 저희 회사에 꼭 필요했던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호흡이 조금 느린 콘텐츠일 수도 있지만, 편하게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출연자분들 모두 정말 진심으로 임해주셨습니다. ‘출연자 복은 정말 있었다’고 느낀 콘텐츠이니,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 제공 = MBC '마니또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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